by최정희 기자
2017.11.02 15:30:05
정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 발표
상장주관사 풋백옵션 완화 검토..업계선 3개월→1개월, 90%→80% 요구
기술특례 상장있는데.."테슬라로 상장할 기업 마땅치 않아"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는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2억6000만달러 적자 상태였고 상장 후에도 적자가 지속됐다. 그러나 업력 14년의 테슬라 시가총액은 현재 100년이 넘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를 넘어섰다.
이런 `테슬라 신화`가 국내에 상륙한 것은 작년이었다. 적자라도 사업성이 인정되는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제도는 작년 10월 첫 발표 후 올해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 뒤 정권이 바뀌었지만 혁신기업을 통한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는 계속됐다. 정부는 2일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테슬라 요건을 완화하는 등이 포함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선 반신반의한다. 미국 태생 ‘테슬라 요건’이 우리 몸에 맞지 않는단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테슬라 요건에 따라 코스닥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곳은 ‘카페24’ 한 곳뿐이다. 카페24는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상장될 예정이다. 테슬라 요건에 따르면 적자기업일지라도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직전 매출액 30억원 이상, 직전 2년 평균매출증가율 20% 이상 또는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 공모 후 자기자본 대비 시가총액 200% 이상이면 상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익성이 증명되지 않은 기업을 상장하다보니 상장주관사의 부담을 대폭 늘려놓은 부분이 상장 문턱을 높이고 있다. 상장 후 3개월간 상장기업이 주가가 공모가격 대비 10% 이상(공모가의 90%) 하락하면 10% 내려간 가격에 일반투자자들의 주식을 상장주관사가 사줘야 한다. 일반투자자 손실율을 10%로 제한한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전에 (벤처캐피탈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했고 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상장을 하는데 기관투자가가 차익을 내기 위해선 이들이 투자한 단가 이상으로 밸류에이션을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며 “적자기업인데 밸류에이션이 높다보니 상장 후 가격 하락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러다보니 상장주관사로서 풋백옵션 부담이 크단 불만이다. 테슬라 요건 첫 상장대상인 카페24도 2011년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1분기 처음으로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순수 적자 기업은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러한 풋백옵션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풋백옵션 기간을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기준가격도 공모가격의 90%에서 8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풋백옵션 뿐 아니라 코스닥 상장 규제 등 전반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풋백옵션을 완화하더라도 테슬라 요건에 맞는 기업을 찾기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적자 기업의 경우 기술특례를 통해서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풋백옵션이 부담스러워서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할 만한 회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업종은 적자인 경우가 많지만 기술력이 있어서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고, IT업종은 당장 수익이 수익이 안 나더라도 수익이 나는 기간이 짧아 적자인 상태에서 저평가를 받고 상장할 이유가 없다”설명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없애버리면 테슬라 요건을 적용해 상장할까, 기술특례가 있는 이상 굳이 테슬라 요건을 할 이유가 없단 지적이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등 기술평가기관 세 곳 중 두 곳 이상 기관에서 A, AA등급 이상을 받은 경우 적자라도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게 한 제도로 2005년 탄생됐다.
다만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이에 적합한 기업을 만들어가는 데는 1~2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익 요건이 없더라도 매출이 성장 추세이고 적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입증돼야 상장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코스닥 상장제도보다 상장심사 장벽이 더 높단 불만도 나온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제도의 허들은 높지 않다”며 “오히려 기업의 경영투명성, 성장성, 수익성 등 질적 심사 강도가 까다롭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원양자원 등 중국기업의 상장폐지 사례가 늘면서 상장심사가 까다로워졌다며 ‘중국 기업에 뺨맞고 국내 상장 기업에 화풀이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심사에선 변한 게 없단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심사는 일관되게 하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올해 상장 심사에서 미승인된 회사들이 많아졌다”며 “이게 시장에서 느끼기엔 심사가 까다로워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은 내부 통제에 문제가 있어 경영이 투명하지 않다든지, 사업성 등이 의심스러워 상장 승인이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