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LG U+의 SK텔레콤 공정위 제소가 안타까운 이유

by김현아 기자
2016.03.30 15:30:06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LG유플러스(032640)가 SK텔레콤(017670)을 30일 오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이마트 매장에 이동통신 대리점(POS)을 내는데 SK텔레콤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부당한 고객 유인을 통해 이마트로부터 계약을 따냈다는 이유입니다.

LG는 3월 31일 자로 이마트 매장 내 통신점포 계약기간이 끝나 이마트 측에 80여 개 부스를 50억 원 수준에 재계약하길 원한다는 제안서를 보냈고 세부내용을 협의해 왔는데, 갑자기 SK텔레콤이 끼어들어 탈락했다고 밝혔습니다.

LG유플러스 한 임원은 “이마트의 통신점포는 A그룹과 B그룹이 있는데 A그룹은 우리와 KT, B그룹은 SK브로드밴드였다”며 “그런데 SK브로드밴드 대신 SK텔레콤이 들어오면서 150여억 원을 제시해 이마트가 그쪽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이라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경쟁사를 골탕먹이기 위해 시장가격의 3배를 써낸 셈이고, 이는 분명히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마트는 LG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이마트 매장은 156개인데 이 중 140여 개만 통신점포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제안요청서를 보내 각사의 요청 매장 수와 금액 등을 받았고 자체 기준에 따라 LG를 탈락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LG는 80여개 부스를 원했는데 그걸 다 줄 수 없다고 했고, 그래서 27개 정도로 계약하는 걸 논의하고 있었다”면서 “SK텔레콤의 부스와 입찰 금액은 NDA 상황이라 밝히기 어렵지만 150억 원은 말도 안 된다. KT도 입점하기로 했다. 왜 LG가 이런 주장을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습니다.

이마트 안팎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번 입찰에서 141개 부스에 80억 원 후반대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80여개 부스에 50억 원(LG입찰액), 141개 부스에 80억 원 후반대(SK텔레콤 입찰액)여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죠.



SK텔레콤도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공정위의 헬로비전 인수합병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무리한 공정위 제소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SKT-헬로비전 인수합병이후 시장 점유율 전망(LG유플러스는 51.1%로 설명. SKT망을 쓰는 기타 알뜰폰(3.0%)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번 사건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서 잘못된 정보보고가 올라왔고, 이에 따라 공정위 제소가 이뤄진 해프닝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SK텔레콤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KT와 SK라는 미디어 양강 그룹이 출현하면 LG유플러스의 살림살이는 어려워질게 뻔하니,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강한 공격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LG는 KT와 함께 공정위에 심사연기를 요청하기도 한 만큼, 시간끌기를 위해 벌인 일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LG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증거 없이 의혹만으로 공정위 제소까지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들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통신 업계는 정부 판단이 끝나도 더는 회복 불가능한, 최소한의 신뢰조차 없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그래도 수십 년 간 대한민국 통신시장의 동지로 경쟁자로 함께 활동하면서 세계 최고 속도의 통신망을 깔고 스타트업·벤처 생태계를 일구는 인프라 역할을 해 왔는데, 이제는 누군가 죽어야 내가 사는 ‘정글의 법칙’만 남게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