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형수 기자
2015.06.01 16:51:29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영원(64) 전 석유공사 사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검찰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부실 인수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강 전 사장을 한차례 더 소환조사한 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강 전 사장의 진술 내용에 따라 이명박 정부 시절 고위 관료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수 있을지도 판가름난다.
검찰 관계자는 “경영 실패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아니다”면서도 “하베스트 인수과정에서 적정한 검증절차를 거치면서 했는지를 살펴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인수해서는 안 될 대상이었다고 판단되면 지급한 금액 전체를 배임 액수로 볼 여지가 있다”며 “민간기업의 업무상 배임보다 중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종 책임자를 강 전 사장으로 보고 가급적 불필요한 형사입건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강 전 사장은 지난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 유전개발의 계열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베스트의 정유 부문 계열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함께 인수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문을 맡은 메릴린치는 날의 자산 가치를 주당 7.3달러였던 시장가격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다. 주당 10달러에 매수하라는 강 전 사장의 지시에 따라 석유공사는 날을 12억 2000만달러(1조 3700억원)에 인수했다.
감사원은 날의 적정 지분 가치를 약 9억4100만달러(1조원)로 평가해 2억7900만달러(3133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며 강 전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투자은행에 날을 9700만달러(1000여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경영 사정 악화 등의 이유로 실제 회수한 금액은 329여억원(3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검찰은 강 전 사장 소환 조사를 통해 날을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인수한 배경을 추궁하고 있다.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60) 경제부총리 등 이명박 정부 핵심 관료의 개입 여부도 조사한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날을 인수할 때 지급한 금액 1조 3700억원 전액을 강 전 사장의 배임 액수로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날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도착한 강 전 사장은 ‘인수 과정을 전 정부에 보고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답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한편 하베스트 부실인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아들도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김 전 기획관의 아들은 당시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근무하며 하베스트 인수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