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 "5000억 갚고 성동조선 지원 중단하겠다"

by김경은 기자
2015.04.21 17:09:55

채권단에서 빠지고 지원도 중단 '초강수'
기금 고갈 우려 속 기업지원 회의감 한 몫

△성동조선해양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성동조선해양의 추가 지원에 대해 무역보험공사(무보)가 반대 결정을 내렸다. 무보는 이번 추가 지원반대와 함께 앞으로 성동조선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 자율협약에서도 빠지기로 했다.

무보는 채권단 자율협약에서 빠지는 대신 그동안 성동조선의 자금지원을 위해 채권은행이 대신 내준 자금 8000억원 가운데 5000억원을 갚기로 했다.

무보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은 자금지원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추가 기금 출연을 요청받은 정부가 거절하면서 기금 운용에 대해 고민도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보는 지난 20일 릴레이 회의를 열어 성동조선 채권은행에게 약 5000억원을 지급하는 대신 자율협약에서 빠지는 방안을 택하기로 하고 21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에 전달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17일 선박 건조자금과 운영자금의 목적으로 4200억원을 추가 지원하자며 채권단 회의 안건으로 부쳤다. 성동조선 채권단의 채권 비율은 수출입은행 51.40%, 무보 20.39%, 우리은행 17.01%, 농협 5.99%, 신한은행 1.38%, 하나은행 1.20% 등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자금 지원 4200억원 중 무보가 지원할 자금 규모는 840억원 정도다. 840억원의 자금지원을 포기하고 채권단 자율협약에 빠지면서 5000억원을 상환하기로 하는 ‘초강수’에 대해 채권단은 무보가 부실기업에 대한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보는 손익정산기관이기 때문에 신규 자금 지원 시 다른 채권은행들이 무보의 지분율만큼 대신 자금을 지원해왔다. 무보는 2013년말 기준으로 약 2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5000억원 상환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견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모뉴엘 사태에 경남기업 법정관리 등으로 기금 고갈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보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출자전환 당시 2020년까지 신규자금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해 지원을 의결했던 것”이라며 “이후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이 큰 만큼 더이상 끌려갈 순 없다”고 밝혔다.

정책금융기관으로 성동조선의 자금지원 참여 가능성이 컸던 무보가 반대하면서 성동조선 3대 채권자인 우리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농협은행이 자금지원을 찬성한 가운데 우리은행은 무보가 참여하면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성동조선이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채권액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수출입은행과 무보, 농협은행이 찬성하면 우리은행은 자금지원을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마저 반대표를 던지면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지원이 불가능해져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5% 미만 소액 채권자는 채권단 협의회에서 제외돼 수출입은행·무보·우리·농협은행 등 4개 기관만 참여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재구성 등 다른 방안을 찾을지 여부 등을 주채권은행과 협의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