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에 `탄핵`으로 맞붙은 與野…7월 국회도 카오스

by이수빈 기자
2024.07.09 17:33:46

尹대통령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
野 "어떠 파국 맞이할지 대통령이 알 것"
법사위선 '尹 탄핵 청문회' 실시하기로
與 "'여론재판 열겠단 심산…응할 의무 없다"

[이데일리 이수빈 한광범 최영지 기자] 7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이 표류하는 가운데, 여야는 9일 ‘채해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순직해병특검법 거부권 행사 긴급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9일 나토(NATO) 정상회의 순방차 미국 하와이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가 의결되자 이를 바로 재가했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로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어제 발표된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되어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자 즉각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며 “국민의 명령이자 유족의 염원이 담긴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이 거부한 순직해병특검법 재의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끝내 국회 재의결에 실패한다면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설득해 이탈표를 모으는 한편,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채해병 사망사건 및 수사 은폐 의혹 관련 국정조사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같은 날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고리로 반격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 청원을 상정했다.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해당 청원은 지난달 23일 회부 기준선인 청원인 5만명을 돌파해 관련 상임위인 법사위에 회부됐다. 청원인은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비리 의혹 △한반도 평화 위기 △일본 강제징용 제3자 변제 추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방조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윤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이중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의 사유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청원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법 제123조에 의하면 ‘수사 및 재판에 간섭하는 논의의 청원은 접수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은 청원의 상정을 막기 위해 색깔론도 제기했다. 곽 의원은 청원사유 중 ‘한반도 전쟁 위기 조장: 평화통일 의무 위반’을 지적하며 “북한노동당 담화문에서 탄핵청원을 운운하며 전쟁 분위기를 고취한다는 내용과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는 탄핵 청원”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을 향해선 “해당 청원을 주도한 사람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전과 5범의 인물이라는 보도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여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원과 관련한 대체토론을 표결로 종결시킨 뒤 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한 실시계획서, 청문회 서류제출 요구의 건, 청문회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을 일괄 상정했다.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계획서에 따르면 청문회는 오는 19일과 26일 2회에 걸쳐 열린다. 증인 명단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최재영 목사 등이 포함됐다.

정 위원장의 의사 진행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정 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탄핵청원 청문회’는 ‘탄핵 예비절차’나 다름없다”며“민주당 입맛에 맞는 증인으로 여론재판을 하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은 청문회 절차 자체를 문제 삼아 추가 법률 검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청문회를 두고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법률에 위반해서 진행된 불법적 청문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청문회 증인 요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