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진심'…손정의 뚝심에 SBG 주가 사상 최고가
by양지윤 기자
2024.07.03 17:23:03
소프트뱅크그룹, 1.47% 상승
美 AI스타트업 퍼블렉시티 투자 주목
"1초도 망설임 없이 엔비디아보다 Arm"
AI·반도체 사업 자신감에 시장 기대감↑
"마이너스의 손에서 '투자 귀재' 명예 회복 기회"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손 회장의 뚝심있는 투자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지난 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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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SBG는 전 거래일보다 1.47% 오른 1만705엔으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71%까지 치솟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이) 손 회장의 AI와 반도체 투자 확대 의지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 달 말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2’가 미국의 생성형 AI 스타트업 퍼블렉시티에 최소 1000만달러에서 최대 2000만달러(약 137억~277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퍼플렉시티는 AI를 활용해 구글 검색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업계 최고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약 2억5000만달러(약 35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SBG는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를 30억달러(약 4조 1600억원)로 매겼다.
SBG가 지분 90%를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은 AI 기기에서 에너지 소비를 낮춘 칩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Arm은 손 회장이 ‘놓친 물고기’로 비유한 엔비디아보다 더 애착을 드러낼 정도로 사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그는 지난 달 21일 SBG 주주총회에서 “신이 Arm과 엔비디아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Arm을 살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아울러 그는 Arm과 엔비디아가 향후 라이벌 관계가 될 수 있느냐는 주주들의 질문에 “양측이 모두 기술을 발전시키다 보니 협력하는 부분과 일부 경쟁하는 부분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SBG의 상승 랠리로 최근 수 년 간 손 회장을 따라다녔던 ‘마이너스의 손’이란 꼬리표를 떼고 투자 귀재로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토모아키 가와사키 이와이코스모 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는 “SBG의 주가가 상승한 것은 벤치마크인 닛케이 225의 회복이 투자 회사의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이 (SBG)를 반도체주로 인식하면서 또 한번 힘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SBG는 일본 증시에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 중 하나로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94년 상장한 SBG는 닷컴 버블기인 2000년대 초반 시가총액이 99% 증발하며 손 회장의 자산이 700억달러(약 97조2580억원)가 사라지기도 했다. SBG는 이후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 일본 최초 애플 아이폰 판매, 세계 최대 스타트업에 투자 등 지난 20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주가를 회복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기업 제재와 위워크, 카테라, 원웹 등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실패가 잇따르면서 2021년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