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대표 결선투표' 김기현 잡힐까, 잡을까

by경계영 기자
2023.01.17 17:22:19

국민의힘 전당대회 바뀐 룰 영향 두고 설왕설래
나경원 출마 '초읽기'에 달라진 당대표 경선판
김기현 1위 올라섰지만…양자대결선 안철수 우위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김기현·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3파전으로 좁혀지면서 이번 3·8 전당대회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결선투표제가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당초 당 지도부가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땐 당원 투표 100%와 함께 ‘친윤’ 당대표 후보를 밀어주려는 ‘이중 장치’로 평가 받았지만 3파전 구도에서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을 계기로 전통 보수뿐 아니라 ‘비윤’까지 지지층을 확장하면서 유불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상임전국위·전국위를 열어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최다 득표자의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을 때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르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고 당원 투표를 100% 반영하겠다는 룰(규칙) 개정과 함께 도입된 결선투표제는 친윤 후보를 위한 안전판으로 풀이됐다. 지난달 말만 해도 김기현·권성동 의원과 나 전 의원, 원희룡·권영세 장관 등 친윤 후보군이 대거 당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결선투표로 친윤 표 분산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당대표 경선 상황은 지난달 말과 180도 달라졌다. 권성동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친윤 진영의 당대표 후보는 김기현 의원으로 단일화하는 모습이었지만 또 다른 친윤인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며 나 전 의원에겐 비윤계로의 지지 확장성이 생겼다. ‘비윤’ 진영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윤 표심까지 끌어안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사실상 당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나 전 의원은 지난 1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당시 “죽었다 깨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17일 대구 동화사를 찾아 “국민과 대통령을 이간하는 당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일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를 시정하는 당대표가 필요하다”며 비윤계까지 끌어안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의원에게도 결선투표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브리씨앤알이 에브리뉴스와 폴리뉴스 의뢰로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응답자 1000명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자 417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김기현 의원(29.2%)이 1위에 올랐지만 ‘김기현 의원 대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대 안철수 의원’ 양자 대결에선 안철수 의원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응답률 5.1%, 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포인트이며 자세한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 가능하다)

‘어대현’(어차피 당대표는 김기현)을 내세운 김기현 의원은 17일 백석대 강연 후 “우리 당의 구성원 모두와 연대하고 통합하고 함께하는 탕평을 펼치는 ‘연포탕’을 끓여 우리 당을 한 길로 나아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며 확장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배척되는 것이 덜한 사람, 즉 2순위 표를 많이 갖고 있어 누군가의 대체재가 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하다”며 “안철수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중도층 대체재, 나 전 의원의 수도권 지지 대체재, 김 의원의 ‘윤심’ 대체재가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경선에서 3위 득표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대표 후보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위 득표자의 지지층이 1·2위 득표자 가운데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에 따라 결선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친윤 세력이 분열하는 상황에서 결선투표에서 압도적으로 친윤 후보가 당선되리란 시나리오는 이상적 조건에서 가능하다”며 “3파전을 가정해 3등이 나경원 전 의원이라면 안철수 의원에게, 안철수 의원이라면 나경원 전 의원에게 각각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용일 시사평론가는 “대통령실과 윤핵관에 대한 견제 정서가 당내에서 어느 정도 작용할지가 앞으로 한 달여 동안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강한 기세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