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 '첩첩산중'인 HDC현산
by하지나 기자
2022.04.14 15:28:44
법원, 8개월 영업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본안소송 1심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 결정
서울시 "법리적 검토 후 대응 나설 예정"
영업 가능해졌지만 신뢰도 훼손에 신규 수주 장담 못해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작년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8개월간의 영업정지를 받았던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사회생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화정아이파크 행정처분이 남아있는데다 기존 계약해지도 잇따르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14일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8개월의 영업 정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현대산업개발의 영업정지 처분을 관련 본안 소송 1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하도록 결정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현산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8개월간 영업을 정지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현산은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 소송으로 맞대응했다.
|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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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으로 현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현산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결정문에는 “처분으로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본안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현산은 당분간 영업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현산은 이번 판결과는 별개로 지난 13일에 추가로 내린 영업정지 8개월을 둘러싼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도 조만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추가 대응을 검토 중이다. 다만 전례를 살펴보면 서울시가 항고를 포기하고 본안 소송에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 시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법률적 판단에 따라 효력정지 결정을 했는지 법리적으로 검토를 한 뒤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산에 대한 추가 리스크는 잔존해 있다. 학동 사고와 별개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도 행정처분이 남아있다. 국토부는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강력한 행정처분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1년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신규 수주는 물론, 이미 확보한 사업에 대한 계약 해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 현산은 유토개발2차와 체결한 1조971억9000만원 규모의 대전 도안 아이파크시티 2차 (대전 도안 2-2지구) 신축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1829억6960만원 규모의 광주 곤지암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회사측은 “당사는 도급계약 해지에 대한 법률 검토 후 대응 예정”이라며 “토지 가등기 등 본사업 관련 당사의 기투입비용 회수를 위한 채권 확보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계약취소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11구역 재개발 사업이나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재개발 사업,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사업 등에서 현산 철수를 요구했다. 이어 아직 정식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기 안양시 관양 현대, 서울 노원구 월계 동신 재건축, 상계1구역 재개발 사업 등도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결과와 별개로 이미 대형 사고 발생에 따른 현산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면서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시간을 벌긴 했지만 추가 신규 수주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