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전 불법집회 민주노총…내달 또 서울 도심 집결

by이소현 기자
2021.10.21 16:20:05

11월 13일 서울 도심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예고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평등 세상으로 전진”
경찰, 본격 수사…채증 분석·관계자 출석 요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위드 코로나’ 전환을 준비하는 시점에 방역지침을 무시한 채 서울 도심에서 총파업대회를 강행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달 또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불법집회’에 대해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고발이 잇따르고 수사본부를 편성한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이 오는 11월 13일 서울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수만명의 조합원을 또 집결시킬 계획이다.

21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총파업대회 입장 및 향후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민주노총은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를 메우고 전국에서 울린 노동자의 함성으로 평등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이제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전태일 열사 정신을 계승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오는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수만명의 조합원들이 서울에 집결할 예정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전국노동자대회는 해마다 노동절 집회와 함께 큰 힘을 모으는 대회”라며 “작년 50주기였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부분 축소해서 진행했고 올해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지만 새로운 방역단계 고려해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주노총은 연말과 내년 초 계획 중인 추가 집회도 공개했다. 5인 미만 차별 철폐 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11월 4일에 노동기본권 쟁취, 노조법 2조 개정, 비정규직 철폐 민주노총 결의대회, 11월 28일에는 청년노동자(행진)대회 및 국회 앞 천막농성 등 국회대응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본격적인 정치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2022년 1월 ‘민중총궐기’를 통해 결집한 노동자, 민중의 이름으로 대통령 선거와 이후 지방선거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10·20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5인 미만 사업장 차별 철폐·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활동 권리 쟁취’ 등을 주장하며 대형 현수막을 펼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아울러 민주노총은 정부가 잠정 집계한 총파업 참여 인원 5만명을 반박하며, 10·20 총파업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10·20 총파업은 불평등 세상 타파를 위한 첫걸음”이었다며 “약 26만 명의 조합원이 파업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에 참여하고 서울대회 2만4000여명을 포함한 7만여명의 조합원이 전국 14곳에서 힘찬 투쟁을 전개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10·20 총파업대회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민주노총은 광화문 사거리(3만명), 서울 시내 50개곳(600명씩), 여의대로(3만명) 등 세 차례에 걸쳐 서울 도심에서 집회신고를 했지만, 서울시는 금지 통고를 내렸다. 이에 전날 집회 예고시간 30분 전, 상대적으로 경비가 느슨한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경찰 차벽과 펜스가 전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버스와 인파가 뒤엉켜 서대문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합원들은 2시간 넘게 서대문 일대를 점거하며 총파업대회를 이어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이러한 불법집회 후폭풍으로 이날 고발조치가 잇따랐다. 서울시는 “명백히 감염병관리법 위반”이라며 서울경찰청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 전원을 고발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민주노총 조합원 전원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10·20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 기습 집결해 도로를 점거한 채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감염병예방법 위반·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6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편성한 경찰은 이날 민주노총 주최 총파업대회와 관련해 채증자료를 분석하고 관계자 10여명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집회를 주도한 민주노총과 각 산별노조 간부급이 출석요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로 출석요구 대상자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경찰은 7·3 노동자대회 때에도 서울청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했으며, 불법집회 개최를 주도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난달 2일 구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