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공공직접정비 101곳 발표…"현금청산 우려 커졌다"

by황현규 기자
2021.04.07 16:40:02

2·4대책 포함한 공공직접시행정비사업지 발표
지자체가 제안 69곳…주민 제안 24곳
컨설팅 후 7~8월 사업지 공개할 것
주민 최소 2분의 1 동의해야 추진 가능
2월 4일 이후 해당 지역 집 사면 현금청산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정부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의 후보지가 101곳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말 그대로 후보지일 뿐 주민 동의를 거친 뒤 7~8월에나 사업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 직접 시행 사업지로 최종 확정되면 지난 2월 4일 이후 매입한 주택은 현금청산 대상이 된다. 일각에서는 사업지를 공개하지 않은 깜깜이식 발표로 ‘현금 청산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사진공동취재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열린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4일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에서 발표한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등의 후보지 101곳의 접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중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후보지는 24곳이며 지자체가 제안한 후보지는 69곳 민간 제안(시행사)은 8곳이다. 사업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대상의 재건축 사업은 총 38곳(소규모 정비 포함)이고, 나머지는 빌라·단독 주택 등의 재개발 사업지다.

다만 국토부는 해당 후보지의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 않았다. 대다수가 주민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다수가 지자체가 제안한 곳”이라며 “주민이 제안한 24곳들도 아직 주민 동의 10% 이상을 받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지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해 7~8월에 사업지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후보지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사업지가 확정되는 7~8월까지 서울 빌라와 구축 아파트 매수 전체가 끊길 수 있단 점이다. 현금청산 공포 때문이다.

앞서 대책일(2월 4일) 이후 공공주도정비사업지에 집을 샀을 경우, 매수자는 입주권을 받을 수 없다. 즉 현금청산 대상이란 의미다. 해당 지역이 공공직접시행 사업을 추진할 지 모르고 집을 샀다 해도 예외는 없다.

이에 대해 김예림 변호사는 “결국 서울 내 공공주고 개발 사업 후보지가 101곳에 달한다고 하면서 사업지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매수자들의 현금청산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도 “사업지를 밝히지 않는 것은 차라리 매수를 하지 말라는 조치”라며 “7~8월까지 매수가 아예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같이 매수세가 끊길 것을 우려해 도리어 주민들이 반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신규 매수자는 물론이고 기존 집주인들도 매수가 끊기는 데 대한 부담감으로 사업 결정을 보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의 경우 공공직접시행 재건축을 추진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조합이 참여하는 공공재건축으로 사업을 선회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미 구역 지정이 됐거나 조합이 설립한 곳들 위주로, 추가 매수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후보지로 선정된 사업지들이 민간 개발이 힘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규제로 자력 개발이 어렵거나, 입지가 열악해 민간 참여 유도가 어려운 지역들이 주 대상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사업지에 용적률 완화와 종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대신 기부 채납을 받아 공공성까지 꾀하겠단 복안이다. 또 통합심의를 도입해 신속한 인허가를 추진한다.

정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A사업장의 경우 공공직접시행을 할 경우 민간 재개발보다 30%포인트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 용적률 상향(최고 120% 상향)과 용도지역 변경(2종→3종, 3종→준주거), 신속한 인허가 사업 추진 등의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다.

또 다른 후보지 인천 C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2종 주거지역으로 사업성이 낮아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으나 정부의 인센티브로 사업추진이 빠르게 가능할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후보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르면 5월 안에 컨설팅을 마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 등 주민의사 확인이 선행될 필요가 있는 만큼 지자체 등이 제안한 사업 구역에 대해서도 구역 내 조합 등의 참여 의향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주민 2분의 1이 동의 할 시 사업 신청이 가능하고, 1년 내 3분의 2가 동의해야 사업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