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수사' 한계…조직 은폐의혹 못 밝힌 檢성추행조사단

by이승현 기자
2018.04.26 11:47:04

서지현 검사 폭로로 구성돼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집중수사
핵심인 안태근 사건 의혹규명 미흡 지적…최교일 소환 실패
1명 구속기소·6명 불구속 기소…구속기소 피고인은 집유 석방
검찰 내 수사축소·은폐 의혹은 사실상 수사 못한 채 마무리

26일 오전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장 조희진 검사장이 검찰 내 성추행 및 직권남용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사실 공개로 발족한 검찰 ‘성추행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진상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총 7명을 재판에 넘기고 85일 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검찰 내 성폭력을 뿌리뽑겠다며 의욕적으로 출범했지만 일부 가해자만 처벌했을 뿐 조직 내부의 성추행 은폐 의혹은 규명에 실패해 이른바 ‘셀프조사’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추행조사단은 26일 지금까지 총 80명의 관계자를 조사해 1명을 구속 기소하고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 2월 후배 검사 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수도권 지청의 김모 부장검사를 구속 기소했다. 이어 재경지검의 전직 부장검사인 A 변호사와 전직 검사로 대기업 임원인 진모씨, 현직 검찰 수사관 3명, 안태근 전 검사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기소된 김 부장검사의 경우 지난 11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나머지 5명에 대한 재판은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지난 1월 29일 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이프로스)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10년 성추행 및 이후 부당 사무감사 및 인사보복 의혹을 주장해 사회적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같은 달 31일 공식 출범했다.

조사단은 지난 2월 4일 서 검사로부터 피해사실을 들은 뒤 서 검사를 도운 임은정 부부장검사를 불러 조사하고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 인사기록을 확보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조사단은 서 검사의 피해공개 약 한 달만인 2월 26일 안 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러나 조사단의 안 전 검사장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보완수사 지시를 내리면서 수사는 답보를 거듭했다. 조사단은 특히 지난 2010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이 사건 감찰 무마 의혹을 받은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을 결국 소환조사하지 못했다.

조사단은 이 사건 처리방향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위원장 양창수)에 의뢰해 ‘구속기소’ 의견을 받고 지난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그러나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면에서 범죄성립 여부에 대해 다툴 부분이 많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를 통해 직권남용 혐의 자체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결국 지난 15일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인사보복(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조사단은 부당 사무감사 의혹에 대해선 “관련자 조사와 사무감사 기록, 서울고검의 사무감사 지적사항, 6년치 사무감사에 따른 총장경고 등 문책 내역과 전결권 심사대상자의 심사자료 등 객관적 자료를 확인해 비교 분석했지만 문제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2010년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할 수 없다.

조사단은 이 사건 외에 지난 2015년 4월 서울남부지검 재직 당시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진 전 검사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진 전 검사의 경우 당시 이 사건으로 대검찰청 감찰을 받았지만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고 사직해 검찰 내부 은폐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이번 조사로 밝혀진 것은 없다.

조사단은 수사를 마치며 △대검찰청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개정 △검찰공무원 성비위 사건의 입건 기준 마련 △피해자 등에 대한 불이익처우 금지규정 개정 등을 건의했다. 또 대검에 신설된 양성평등담당관이 성평등기획단으로 확대 개편하도록 건의했다.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