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지현 기자
2024.09.25 16:53:44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인구비상대책회의
저출산 반전 대책 보완책 중기 요구 수용
반차시 휴게 시간 제외 근로자 유연근무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앞으로 가족친화인증 등을 받은 기업에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가 유예된다. 반차를 쓴 근로자는 원하면 30분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도 허용된다.
2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들의 성과가 공유됐다.
필수 근무시간대마저 없는 완전 자율 출퇴근제를 운영 중인 마녀공장은 이직률 감소와 매출액 증가 성과를 발표했다. LG전자(066570)는 임신기 법정 육아휴직과 별도로 6개월간 임신휴직을 부여하고 급여삭감 없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운영해 호평받았다.
이에 정부는 일·가정양립을 통해 초저출산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 더 많은 기업이 일·가정양립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 또는 고용노동부의 일·생활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한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 유예다.
2008년 도입된 ‘가족친화인증제’는 근로자가 일·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도 등 가족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2023년까지 5911개의 기업·기관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이 중 중소기업은 4100개소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인증기업·기관은 출입국 심사 시 우대, 정부 물품구매 심사 시 가점 부여, 투·융자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세무조사 유예 등의 조치를 요구해 정부가 국세청과 논의를 통해 이를 추진키로 한 것이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의 경우 매년 100개 선정하는데 이 중 중소기업은 60~70개 정도”라며 “정기 세무조사 유예의 경우 국세청과 이미 협의가 된 사안이라 내년부터 바로 시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도 서울과 부산, 광주, 대전, 충북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지자체와 협의키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서 지원 중인 중소기업 대상 정책자금 및 수출신용보증 한도 확대, 보증료 감면 등과 같은 금융지원을 강화한다. 각종 정부지원 사업 참여시 우대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정책자금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한도를 100억원까지 늘려줄 계획”이라며 “기업 대출 시 필요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료도 0.2% 낮춰주고 수출금융 대출 금리도 줄여주는 등의 내용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중소기업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육아휴직 등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체인력 풀 확충을 위해 디자인협회,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진흥협회 등 직종별 협·단체와 함께 협회에 소속 또는 등록된 개인회원들의 구직수요를 적극 발굴해 대체인력 풀을 구성하고 직종별 온라인 채용관 신설·확충 등을 통해 기업에 대한 채용 지원도 강화해 나간다.
중견기업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일·가정 양립 및 가족친화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각각의 단체협의회에 ‘일·가정 양립 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현장의 애로사항 수렴과 세미나 등을 통해 중견·중소기업계 일·가정 양립 관련 제도개선 과제 발굴 등을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단축 근무, 반차 등으로 4시간만 근무할 경우 근로자가 원하면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이 가능하도록 제도개선도 추진한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에서 4시간 근무시 의무적으로 30분의 휴게시간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어 반차 및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경우 근무를 마친 후에도 30분을 더 기다렸다 퇴근해야 하는 불편이 이었는데 이를 개선해 불법소지를 없애려는 것이다.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근무시간선택제와 같은 유연근무를 더 많이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수도권 평균 통근시간이 120분(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2023년 기준)이나 걸리다보니 하루 자녀돌봄시간은 48분(OECD 2015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임신·육아기 근로자에 대해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의 유연근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일·생활 균형위원회 논의를 거쳐 마련할 계획이다.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의 지역주민 등에 대한 개방도 추진한다. 정부청사에서 운영 중인 국립 직장어린이집(18개소)부터 정원충족률에 여유가 있는 경우, 지역주민 등에 개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0월 중에 관련 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자체 운영 직장어린이집 148개소의 경우도 개방 사례를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국가기관(328개소), 공공기관(138개소)에서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에 대해서도 정원충족률에 여유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번 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보완적인 정책을 촘촘하게 하는 것으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장에서 요구해온 것들을 정책화 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인구 전문가는 “인센티브를 줘서 안 하겠다고 하는 걸 하게 해야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이 눈에띄지 않는다”며 “대표적으로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현실과 괴리된 법을 고치는 것이지 어떻게 일·가족 양립 지원대책이 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친화인증 기업에 세무조사 유예도 중소기업의 탈세방조 수단이 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