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우선"vs"탄력적용"…스쿨존 속도규제 20km 갑론을박
by황병서 기자
2023.02.23 16:30:18
서울 스쿨존 도로 70곳 ‘시속 20km’ 추진
학부모들 "아이들 안전이 우선" 찬성 속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가 문제” 지적도
"유럽·미국처럼 속도제한 탄력 적용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서울시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좁은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20km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제한속도 시속 30km도 빠르다며 찬성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시간제로 탄력 운영하라며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다음달부터 스쿨존 내 보행공간 확보가 어려운 폭 8m 미만의 이면도로 70곳의 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30km에서 20km로 낮출 방침이다. 스쿨존 내 사망사고의 대부분이 보도·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년(2011~2020년)간 서울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75.8%가 1~2차로의 좁은 이면도로에서 발생했으며, 사망사고 5건 중 4건의 발생 장소는 보도가 없는 이면도로였다.
서울시의 스쿨존 내 이면도로 규제 강화를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김모(44)씨는 “좁은 골목길엔 아이들과 어른, 차들이 뒤섞여 혼잡할 때가 많고, 아이들이 이곳저곳에서 갑자기 차 앞으로 튀어나와 놀라는 경우가 있다”며 “도로 위에서는 어린이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스쿨존이라고 아이들이 365일, 24시간 다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지금도 평일 야간시간대나 주말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친 것 같은데 속도를 더 줄이라니 과한 것 같다”고 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모씨는 “아이들 하교 뒤인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 정도까지라도 시속 50km로 풀어주면 좋겠다는 운전자들이 많다”며 탄력적 적용을 요구했다.
스쿨존 내 이면도로 사고를 줄일 다른 방안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종로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모씨는 “이면도로에선 보통 주차한 차들 때문에 아이들이 안 보여서 사고가 난다”며 “이면도로의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거나 불법 주차 과태료를 올리거나 하는 방법도 검토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미국과 호주 등지에선 시차제를 운영 중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대체적으로 학교 시작 45분 전부터 수업이 끝난 뒤 30분까지 등·하교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속도제한제를 적용한다. 호주 퀸즐랜드주는 등·하교가 집중되는 오전 7~9시와 오후 2~4시에 속조제한을 적용하고, 캐나다 알버타 주 역시 오전 8시~9시30분,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 등으로 속도제한 시간을 정해놓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도로의 효율적 이용도 같이 고려한다면 유럽·미국·호주처럼 시간대를 나눠 탄력적으로 속도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