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철거민 "철거민 죽음은 사회적 타살" 정부 대책 촉구

by황현규 기자
2018.12.05 15:52:47

빈민해방실천연대, 5일 오후 기자회견 개최
"철거민 죽음은 사회적 타살…대책 마련해야"
유서 공개 "쫓겨나 가진 건 가방 하나가 전부"

서울 마포구 아현2동 재건축 구역 철거민이 한강에 투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5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정부기관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아현2동 재건축 구역 철거민 박모(37)씨가 한강에 투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빈민해방실천연대는 5일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거민의 죽음은 강제철거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며 “인·허가권자이자 관리·감독권자인 마포구청 등 정부기관에 1차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빈민해방실천연대는 “박씨는 지난 9월 강제 집행 이후 3개월 이상 거주할 곳이 없어 개발 지구 내 빈집을 전전하며 생활해 왔다”며 “지난달 30일 간신히 살고 있던 집마저 강제집행 당한 이후 3일간 노숙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재건축구역은 재개발구역과 달리 철거민 이주대책 관련법이 전무하다”며 “구청 등 관련 정부 기관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선 박씨의 어머니 박모(60)씨는 “5만원만 가지고 노숙을 했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유서에는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잘 곳도 없다”며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만 어머니에게 임대아파트를 드려 저와 같지 않게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4일 오전 11시 25분쯤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숨진 박씨를 발견했다.

아현2구역은 2016년 6월 관리처분 인가 후 재건축 사업에 착수했고 지난 8월 철거 작업을 시작해 모두 24차례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아현2구역 철거민들은 지난달 15일 마포대교에서 “2013년을 기준으로 매긴 토지 감정평가액이 너무 낮다”면서 투신하겠다고 시위를 벌여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