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서도 반도체주 '와르르'…"대중 제재·트럼프 리스크 영향"

by방성훈 기자
2024.07.18 16:23:42

도쿄일렉트론·스크린홀딩스·디스코 등 9% 급락
소시오넥스트·르네사스·레이저텍 등도 일제히 하락
엔화가치 상승에 토요타·마쓰다 등 자동차주도 ''뚝''
"日증시선 아메리카 퍼스트 수혜보다 리스크 부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 이어 일본 주식시장에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산하며 대표지수가 하락했다.

(사진=AFP)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대비 2.36% 하락한 4만 126에 장을 마감했다. 간밤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동맹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DPR은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 등을 조금이라도 사용한 경우 수출시 미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가장 엄격한 무역제한 조치다.

전날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만 방위비 관련 발언 및 미국 우선주의 정책 공약 등에 따른 영향도 지속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만이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강력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미국의 반도체 사업을 모두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또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쿄일렉트론(-8.75%)을 비롯해 스크린 홀딩스(-8.41%), 디스코(-8.83%) 등 반도체주 3종목에 대규모 매도세가 유입돼 9% 가까이 하락했다. 소시오넥스트(-7.92%), 레이저텍(-6.30%),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6.17%), 어드반테스트(-4.92%) 등도 급락했다. 그동안 반도체주가 일본 증시 상승을 견인해 온 만큼, 반도체주 하락이 전체 지수를 끌어내렸다.

도쿄 인텔리전스 랩의 야스다 히데타로 애널리스트는 “일본 반도체 관련 기업은 최근 대중 (사업) 비율이 높아졌다. (미국의) 대중 규제가 현실화하면 실적 하락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마쓰다(-5.03%), 토요타(3-.47%) 등 일부 자동차주도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 상승(달러·엔 환율은 하락)으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날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155엔대 전반까지 떨어져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달러화의 높은 가치에 비해 엔화 가치가 낮은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엔화 매입세가 유입됐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그가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미국에선 ‘아메리카 퍼스트’ 관련 주식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선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토픽스지수도 전일대비 1.60% 내린 2868.63으로 장을 마감했으며, JPX프라임150지수도 1.95% 하락한 1265.61에 거래를 마쳤다. 두 지수 모두 3거래일 만에 반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