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쯤 거래재개 노리는 대우조선…주가폭락 후폭풍 우려
by최정희 기자
2017.04.19 14:30:39
출자전환 신주 보호예수 없어..`바로 내다팔수 있다`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은 매물로 출회될 듯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험난한 회사채 채무재조정을 끝내면서 이르면 오는 9월쯤 주식 거래가 재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아직까지 2000억원의 기업어음(CP) 투자자의 채무조정 합의는 완료되지 않았으나 이번주 내 끝낼 계획이다.
그러나 거래 재개후 주가 폭락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여 소액주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거래정지 기간동안 주식을 10분의 1로 감자한데다 채권자들 출자전환으로 발행되는 신주가 전체 주식 발행물량보다 많아 이들이 대거 매도물량으로 나올 경우 주가 폭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출자전환용으로 발행되는 신주에는 보호예수가 걸리지 않아 거래 재개 후 바로 내다팔 수 있다.
1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분식회계 및 전직 임원 횡령, 배임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15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상장폐지 심의결과 오는 9월28일까지 1년여간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거래소는 개선기간이 끝난 후 15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개선계획 이행 및 상장적격성 유지여부를 심사해 주식 거래를 재개할 것인지, 상장 폐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다만 대우조선이 거래 재개를 조기에 요청할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거래가 재개되려면 상반기 결산에서 감사인의 한정의견을 해소해야 하고, 자율 구조조정에 따라 기업부채비율이 대폭 개선되면 거래소에 상장재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결산 관련 감사인의 검토보고서가 나오는 시점이 8월 중순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우조선은 예정된 기간보다 좀 더 일찍 거래 재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작년 상반기 검토보고서와 연간 감사보고서에서 ‘한정의견’을 받았기 때문에 올 상반기 결산 검토보고서에서 삼일회계법인의 ‘적정의견’을 받을 경우 거래 재개를 신청할 수 있다.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주거나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등을 한 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합의하면서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2732%(연결)에서 2021년말 257%로,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마이너스(-) 13%에서 플러스(+) 1%내외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재무구조 개선과 영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갖추게 돼 거래소의 거래 재개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만큼 경영투명성 개선도 중요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대우조선 주식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주가 폭락 사태가 불가피하단 것이다. 출자전환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보호예수로 묶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거래 재개 즉시 내다팔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의 신주는 기존 발행주식총수보다 더 많다.
대우조선 채권자들이 채무조정에 합의하면서 2조91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예상된다. 출자전환으로 발행되는 신주 가격은 4만350원으로 결정됐다. 자본시장법상 출자전환 주식은 시가로 가격을 매기지만 대우조선은 거래 정지 상태라 시가가 없다. 그러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작년 12월 29일 1조78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할 당시 10분의 1을 감자한 후 기준시가에서 10%를 할인한 주당 4만350원에 신주를 받은 만큼 이 때의 가격을 차용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출자전환으로 발행되는 신주는 대략 7211만8959주(신주 100% 청약시)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말 발행주식 총수인 6557만6960주보다 많다.
물론 이들이 모두 매도물량으로 출회될 가능성은 낮다. 신주의 55%(3965만3036주) 가량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이들은 매도 행렬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시중은행과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으로 얻게된 신주와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기존 주식들이 대거 매도물량으로 출회될 전망이다. 작년말 소액주주는 9만21명으로 1074만9292주(16.39% 보유)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전체 주식수(1억3769만5919주)의 3분의 1(소액주주 및 사채권자·은행 보유 지분)이 매도물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이 장기간 거래가 정지됐고 그 기간 동안 감자 등을 거쳤기 때문에 얼마에 거래가 시작될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 거래소는 감자 및 영업가치 등이 반영된 평가가격을 기준으로 거래가 재개된 날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매수 및 매도 주문을 받은 후 이것을 기준가격(하한선 없음, 상한선은 200%)으로 해 9시부터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 정지 이전보다 가격이 하락할지 등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작년 법정관리 하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감자 등을 한 후 11월 4일 거래를 재개한 동부건설(005960)은 평가가격이 1만3500원으로 결정돼 거래 정지 전 가격 10만500원보다 올랐을 뿐 아니라 기준가격도 1만48000원에 형성됐다. 핫텍(015540)도 감자 등으로 거래가 정지됐으나 거래 정지 전 855원에 거래됐던 주가의 평가가격이 8550원, 기준가격이 9090원에 형성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거래 정지기간이 한 달여 정도로 짧아 대우조선과 비교하긴 무리가 있다. 대우조선은 거래정지 전 주가가 4480원까지 하락했고 감자 이후엔 임의로 4만4800원의 가격이 매겨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