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4.11.11 17:05:53
선장 등 선원 14명에 살인죄 무죄 판결
유가족 "법치 무너져, 항소하겠다"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월호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이준석(69) 세월호 선장에게 징역 36년형이 선고됐다. 유가족 측은 이씨에게 살인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이번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항소할 입장을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11일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이씨에게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참사 발생 209일만에 내려진 1심 선고다.
재판부는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선장임에도 불구하고 복원력이 약한 위험한 선박에 대한 시정 조치의 노력이 없었다. 특히 사고 뒤 적절한 승객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유기치사·상, 선원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기소된 선원 중 이 선장에게 가장 무거운 형을 내렸지만, “살인죄는 고의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 1등 항해사 강원식(42)씨와 2등 항해가 김영호(47)씨 등 살인죄로 기소된 2명도 살인죄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이들에게는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다만, 박기호(55) 기관장에 대해서 법원은 부상당한 조리부원을 선내에 버리고 탈출한 부분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사고 당시 당직이었던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에 대해서는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견습 1등 항해사 신모(33)씨는 징역 7년을, 나머지 조타수 2명과 기관부 승무원 6명 등 8명은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선원들 대다수에게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자, 재판을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들은 “수많은 승객이 죽였는데 (살인 혐의가) 무죄라니, 이 나라 법치주의 무너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유가족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가게 만들었는데도 죄를 덮기 위해 변명만을 늘어놓는 선원들을 보니 억울하고 분노만 남았다”며 “모든 증거를 모아 항소심에 제출해 합당한 죄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 특위 소속 변호인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퇴선 명령을 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에만 근거해 살인죄를 쉽게 무죄로 인정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세월호 재판은 역사적 의의가 있다. 논리적 접근으로만은 안되고 책임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판결이 나와야 한다. 항소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