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정유업계 ‘비상경영’ 돌입

by김보경 기자
2014.05.26 17:41:14

GS칼텍스·SK이노베이션 임원 수 줄여
100원 팔아 1원 남는 상황…주유 포인트도 축소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정유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 전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자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임원 수를 대폭 줄이는 한편 비용절감을 위해 주유 포인트를 축소하는 등 안팎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2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6월1일부로 조직개편을 7개 사업본부를 5개로 줄이고, 임원 수를 59명에서 50명으로 줄인다. 1분기 실적악화의 주범이었던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윤활유사업본부와 합치고, 경영지원본부가 폐지된다. 이 과정에서 임원 30%의 보직이 변경된다.

조직 축소에도 여수 우이산호 충돌사고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여파로 안전 관련 조직은 강화했다.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하고, 안전진단센터에 박사급 인원을 보강하며 여수 공장에 비상대응팀을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전면적인 조직개편은 없었지만 계열사 임원 수가 작년 말에 이어 1분기에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계열사 임원 수가 작년 말에 비해 20명 이상 줄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계열사 간 이동과 조인트벤처 설립에 따른 전출이 많았다”며 “퇴직한 임원 수는 평상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K 계열사 간 이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노베이션 계열이 아닌 다른 계열사로 가면서 정유·석유화학업무를 담당하는 전체 임원 숫자는 줄어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실적 개선을 위한 비상계획을 세우고, 매주 관계사들과 함께 비상경영회의를 열어 운영예산 절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예산 절감 방안의 하나로 주유소 포인트 적립률을 1년 6개월 만에 대폭 축소했다. SK에너지는 이달부터 주유소 보너스 포인트 적립방식을 ℓ당 5포인트에서 주유금액의 0.1%로 변경했다. 휘발유 1ℓ를 1800원으로 가정하면 종전에는 1ℓ를 주유하면 5포인트를 받았지만, 이달부터는 1.8포인트만 적립된다. 특히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기름값이 하락하면 그만큼 포인트 적립액도 줄어들게 된다.

에쓰오일(S-OIL(010950))과 현대오일뱅크는 아직 겉으로는 움직임이 없지만 에쓰오일 안팎에선 “조만간 상당수 임원이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유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정유 4사 모두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50~80%까지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현대오일뱅크(1.68%), SK이노베이션(1.3%), GS칼텍스(0.75%), 에쓰오일(0.62%) 순으로 100원을 팔아도 1원 정도 남기거나 그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2분기는 물론 하반기에도 뚜렷하게 실적이 개선될 요인이 없어 더 문제다. 정유사들은 정제마진이 하반기에는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환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제마진이 회복된다고 하더라고 정유부문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동안 정유사업의 적자를 보존해줬던 석유화학사업도 파라자일렌(PX) 사업의 악화로 1분기에 실적이 악화됐다. 하반기에는 증설 물량이 더 쏟아져 기존 업체들은 감산을 검토하고 있어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실적 악화가 2년 연속 계속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 의식이 번져있다”며 “GS칼텍스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업계 전반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