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집단대출, 은행 대신 '상호금융' 택한 이유
by최정훈 기자
2024.09.09 18:46:05
둔촌주공조합, 집단대출 취급기관 강동농협 추가
은행 대부분 집단대출 시장서 2금융 선정 첫 사례
강동농협, 아파트 담보대출 평균 금리 연 3.97%
6개 은행 가계부채 관리 위해 집단대출 금리 인상
11월 입주시점 연 4%이상 유지…'금리역전' 현상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로 은행들이 아파트 집단대출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대규모 아파트 입주자 조합이 제2금융권인 ‘농협 상호금융’을 잔금대출 기관으로 끌어들였다. 제1금융권이 대부분인 집단대출 시장에서 제2금융권이 서울·수도권 대단지 아파트 잔금대출 기관으로 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금융권인 상호금융의 아파트담보대출금리가 평균적으로 은행보다 높지만 최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 인상 탓에 상호금융 금리가 더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입주를 앞둔 서울·수도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잔금대출 취급기관에 상호금융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강하게 이뤄지는 탓에 적극적인 영업 확대는 어렵다는 견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1월 1만 2000가구 입주를 앞둔 서울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 조합이 은행권 가계대출 억제에 대응하기 위해 잔금대출 금융기관에 ‘농협 상호금융 조합’을 추가했다. 조합은 중도금 대출 담당 은행인 6개 은행(KB국민·NH농협·하나·우리·수협·부산은행)을 그대로 잔금대출 금융기관으로 유지하되 서울 강동농협조합을 추가로 선정했다.
강동농협의 아파트담보대출 평균금리(신용등급 1~2등급 기준)는 지난달 말 기준 연 3.97%로 서울 내 농협 상호금융 가운데 가장 낮다. 이에 반해 6개 은행은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를 위해 중도금 대출이 잔금대출로 전환되는 시점인 11월 가산금리를 1%포인트 이상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신잔액기준 코픽스(COFIX) 금리는 연 3.15%로 가산금리를 1%포인트만 더해도 잔금대출금리는 연 4.15% 수준이다.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코픽스 금리가 하락해도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더 올려 4%대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강동농협의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에 맞춰 하락할 전망이어서 입주 시점인 11월에는 은행과 강동농협 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는 각 은행이 10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제한하거나 신규 분양단지를 제외하는 등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세 입주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조합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강동농협을 추가하는 등 잔금대출과 전세자금 마련에 숨통을 트이게 한 것이다”며 “올 하반기 입주단지 수분양자는 아직 은행의 대출제한 조처가 풀리지 않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완화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자금조달을 계산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강동농협의 집단대출 시장 진출을 두고 상호금융권에선 금리 경쟁력이 있고 가계대출 관리에 여유가 있어 대출 경쟁에 나설 수는 있으나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가계대출 조이기 분위기에서 쉽게 나서긴 어렵다고 했다. 상호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한 물량공급인데 현재 금리상황이나 가계대출 관리부분에서 상호금융은 집단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며 “그럼에도 당국의 강한 억제책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영업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