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호사회 "흉악범도 변호인 조력권 있어…과도한 비난 우려"

by성주원 기자
2024.04.08 16:33:50

서울변호사회, 8일 김정욱 회장 명의 논평
"정당한 변론 활동 문제삼는 것 지양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오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일부 법조인 후보들이 변호사 시절 흉악범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우려를 표명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사진= 김태형 기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8일 김정욱 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든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살인자 등 흉악범들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변호사가 직업적 양심에 따라 수행한 변호 업무에 대해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변회는 “만일 변호사가 사회적 비난 여론과 정계 진출을 의식해 사건을 선별적으로 수임하게 되면, 국민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된다”며 “이는 변호사 제도를 두고 있는 헌법정신에 크게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이 아닌 군중심리나 정치권력에 의해 개별 주체의 법익이 크게 휘둘리게 되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도 했다.

중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사람이라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된다. 지난 2022년부터 검찰이 제주 4·3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1501명에 대해 직권 재심을 청구한 결과, 90%에 달하는 1350명이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또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했던 당사자가 재심을 청구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되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변회는 이어 “우리 사법제도 아래에서 모든 변호사는 의뢰인의 범죄혐의 유무를 막론하고 변론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변호인의 변론과 검찰의 혐의 소명 사이에서 범죄 유무 및 적정 형량을 판단하는 것은 법관의 역할일 뿐”이라면서 “변호사가 변론을 회피하며 자신의 의무를 지키지 못한 경우에는 오히려 징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범죄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저지른 만큼의 처벌만 받아야 한다”며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고 해서 ‘망신주기식’ 여론 법정에 세우거나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 이상을 과잉 처벌할 수 없다”고 짚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직업적 소명에 따라 정당하게 변론에 임한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변호사가 직무상 수행한 정당한 변론 활동을 문제삼는 것은 헌법 정신과 변호사 제도의 취지에 반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