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잡는 김미영 부원장보…"여성후배들에게 롤모델 되겠다"

by서대웅 기자
2021.12.22 15:11:55

금감원 첫 내부출신 여성 임원
서울여상 나와 일하며 야간 대학 졸업

김미영 신임 부원장보.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김미영 잡는 김미영입니다.”

금융감독원이 22일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에 김미영 불법금융대응단장(국장)을 승진·임명하는 등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김 단장은 금감원 출범 이후 내부에서 승진한 첫 여성 임원이 됐다.

1967년생인 김 신임 부원장보는 1985년 서울여상을 졸업하면서 한국은행에 바로 입사했다. 일하는 와중에 야간으로 동국대 영문과를 다녀 1990년 졸업했다. 금감원이 출범한 1999년 합류했다.

초임 팀장 시절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2012~2013년 인재개발원 연수운영팀장 재직 시절 공문을 보내면 모두 스팸처리됐다. 그는 통화에서 “스팸을 보낸 ‘김미영 팀장’이 활개를 칠 때라 제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면 메일이 자동으로 스팸으로 분류되곤 했다”며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활개를 치는지 그때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미영 잡는 김미영’으로 유명해진 것을 올해 1월 불법금융대응단장을 맡으면서다. 보이스피싱·메신저피싱 등에 자주 등장하는 ‘김미영 팀장’을 ‘김미영 국장’이 단속하게 됐으니, 자연스럽게 붙은 별명이다. 그는 “‘금감원 불금단(불법금융대응단) 김미영 국장입니다’라고 인사하면 다들 (보이스피싱 속 김미영 아닌지) 의심부터 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금감원 첫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김 부원장은 “제가 잘해야 ‘유리천장’을 걷어낼 수 있다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며 “여성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날 김 부원장보를 포함해 부원장보 4자리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보엔 이희준 저축은행검사국장, 공시조사엔 함용일 감독총괄국장, 소비자권익보호엔 김영주 일반은행검사국장을 각각 임명했다.

금감원은 이로써 부원장 4자리와 부원장보 10자리 등 임원 14명이 진용을 갖추게 됐다. 앞서 정 원장은 지난달 11일 이준수·이경식 부원장보 임명 등 일부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 인사 키워드는 ‘여성’과 ‘세대교체’로 압축된다. 이희준 신임 부원장보는 1968년생으로 금감원 임원 중 가장 젊다. 정 원장은 지난달과 이날에 걸쳐 총 6명의 신임 부원장보를 임명했는데, 이 신임 부원장 외에 1967년생 3명, 1966년생 2명이다. 부원장보 10명 가운데 5명이 1967~1968년생으로 채워졌다. 금감원의 인사 적체 문제를 감안하면 상당한 세대교체로 평가된다.

금감원은 “새로 임명된 임원들은 은행, 중소서민금융, 자본시장 및 소비자보호 등의 분야에서 오랜 업무경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온 감독행정 전문가”라며 “금융시장 안정 및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