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러시아백신 '스푸트니크V' CMO 물량 더 늘어난다

by김지완 기자
2021.06.02 16:52:36

7월 WHO·EMA 승인 전망...승인되면 수요↑
유니세프 공급계약+코백스 협상소식에 승인기대↑
초기 안전성 논란 현저히 줄어...AZ·얀센보다 부작용↓
"승인 후 국내 CMO 물량 늘어날 전망"
임상 3상 후엔 정부도입 증가할 것이란 관측
한국코러스 "러시아측에서 물량확대 요청 있어"...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국내 바이오 위탁생산사(CMO) 러시아 코로나백신 ‘스푸트니크(Sputnik)V’ 생산 물량이 예정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보건기구(WHO)·유럽의약청(EMA) 승인 임박으로 스푸트니크V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사진=로이터]


2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테이티스타(Statista)는 ‘한국코러스컨소시엄’과 ‘휴온스글로벌컨소시엄’ 등 한국의 스푸트니크V 위탁생산 예정물량을 18억 5000만 도즈로 집계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달 25일 기준 27개국에서 5억 4209만 도즈 주문을 받은 상태다. 스푸트니크V는 현재까지 68개국으로부터 사용승인 받았다.

스푸트니크V의 WHO ·EMA 승인이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EMA는 올해 4월부터 스푸트니크V 심사중이다. 앞서 러시아국부펀드(RDIF)는 지난해 10월말 WHO에 스푸트니크V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WHO와 EMA는 6월초까지 스푸트니크V 생산지 실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7월 중 승인이 기대된다”며 “유니세프(Unicef)와 백신공급 협정을 했기 때문에 승인 기대감이 높다”고 언급했다.

유니세프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RDIF와 스푸트니크V 1억 1000만 도즈 장기 공급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유니세프는 이번 계약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인도혈청연구소(SII)에 이은 4번째 장기계약으로 계약 물량은 올해 전량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럽국가 중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EMA 승인에 앞서 스푸트니크V 사용을 승인했다.

스푸트니크V가 코백스(COVAX)물량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WHO·EMA 승인을 기대하게 하는 배경이다. 실제 RDIF는 지난달 27일 유니세프 계약소식을 전하며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코백스 백신 포트폴리오 편입을 협상 중”이라고 말했다. 코백스는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로, 세계백신면역연합,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이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물량으로 글로벌 전체 코로나백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국제보건을 위해선 스푸트니크V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유니세프 구호활동에 백신이 필요한데, 중남미·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에서 승인된 백신은 스푸트니크V가 유일하다”며 “WHO와 EMA가 승인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스푸트니크V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줄어들고 효능에 대한 신뢰는 깊어지는 양상이다. 현재까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등 동종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계열 가운데서도 부작용 보고 건수가 미미하다. 스푸트니크V는 침팬지 유래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달리 인간 유래 바이러스를 사용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처음 러시아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했을 당시 선입견이 있었다”면서 “위탁생산 계약 전 우리 연구자들이 기술자료를 보고 상당히 괜찮은 기술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스푸트니크V 안전성과 효능은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 게재로 충분히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스푸트니크V는 2회 접종 시 예방율이 91.6%에 달한다. 이는 아데노바이러스 유형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62~70%, 얀센 66~72%를 상회하는 수치다.

글로벌 스푸트니크V 수요증가로 국내 위탁생산량도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푸트니크V) WHO·EMA 승인 결과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위탁 생산 규모가 보다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스푸트니크V의 임상 3상 종료 후, 보다 적극적인 정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는 임상 2상만으로 러시아 정부 승인을 받아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며 “임상 3상 데이터가 보강되면 스푸트니크V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푸트니크V는 현재 개발국가인 러시아를 비롯, 베네수엘라,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인도,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4만 4358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코러스 측은 “러시아와 논의 초기단계부터 생산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받은 건 사실”이라며 “올해 말까지 생산예정인 1억 5000만 도즈는 1회성 물량이긴 하다”고 위탁생산 물량 확대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휴온스 측은 “스푸트니크V 승인 국가가 늘면 백신 위탁생산 물량도 자연스레 늘 것”이라며 “1억 도즈가 휴온스 컨소시엄 월간 최대 생산량이고 RDIF와 정확하게 얼마나 생산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