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박, 3차 감염까지 44명…'항만' 사각지대

by함정선 기자
2020.07.29 15:45:17

8월3일부터 러시아 선박 PCR 의무제출
하반기 3.7만척 입항…접촉 최소화 등 항만 방역 강화
2학기 유학생 관리 방안 마련…원격수업 유도
지역 발생 안정화에 출장기업인 '격리 면제' 완화 대책도

[이데일리 함정선 신중섭기자] 지난 8일 러시아에 입항한 선박 ‘PETR1호’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44명까지 늘어나며 정부가 항만 관련 방역 강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해외 입국자의 경우 14일 자가격리, 전원 진단검사 등으로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사실상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러시아 선박의 경우 선원뿐만 아니라 선박 수리 직원과 직원의 동거인과 가족 등 2~3차 감염이 진행돼 지역 사회 확진자만 11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는 2학기 유학생 관리 방안도 준비하고 나섰다. 국내 발생이 안정세에 접어든 상황에서 해외 코로나19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부산항 입항한 러시아 선박 관련 확진자가 44명으로 늘어났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우선 다음달 3일부터 기존 방역 강화 대상 국가 6개국과 러시아에서 출항한 선박의 선원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진단검사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방역강화 대상 국가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이다.

또한 항만의 방역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선박 수리업의 경우 무전기 활용 등을 통해 선박 측 관계자와 접촉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방역수칙에 보완하기로 했다.



하반기에만 해외에서 3만7821척의 선박이 국내 입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원양·냉동선은 항만 근로자와 접촉이 많아 코로나19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크다. 수리 목적으로 입학하는 선박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부산항 러시아 선박의 경우 선내 문고리 등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26일에는 부산항에 이어 인천항에서도 러시아 화물선 선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선원은 선내 격리 중이다.

정부는 2학기에 총 249개교 5만5000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입국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특정시기에 동시 입국할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학위과정 유학생이 원격수업 등으로 미입국하는 경우 ‘미입국 신고 면제 특례’ 적용을 연장하도록 지원해 유학생의 원격수업 활성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대학별로 유학생 입국 시기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입국 정보를 지자체와 공유토록 한다. 유학생 입국은 지자체의 자가격리 관리 인력과 진단검사 물량 등 방역 관리 여건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자가격리 장소 등이 확보된 유학생을 우선 입국하게 할 계획이다. 특정시기에 입국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입국 분산을 유도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 대학에 철저한 모니터링을 요청하고 입국 전후에 자가격리 이탈 시에 대한 처벌기준을 안내해 자가격리 이탈 가능성도 방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확진자는 29일 14명으로 전일 5명 대비 늘어나기는 했으나 10명대로 안정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14명 중 13명이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특징으로 수도권 집단감염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날 수도권에서 기존 집단감염 관련 추가 감염은 종로구 신명투자 관련 2명 등에 그쳤다. 나머지 확진자의 경우 아직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신규 집단감염 등이 확인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역 발생 확진자가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대외의존형 경제인 한국 상황을 고려한 자가격리 면제 등 방역 완화 정책을 내놓았다. 이날부터 코로나19 저위험국가인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3개국에 14일 이내로 출장을 다녀오는 국내 기업인들의 자가격리 의무가 면제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우리 방역관리의 핵심 중 하나가 국내·외 입출국과 같은 인구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특권이 부여되는 만큼 기업에서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방역 관리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