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결국 英떠난다…89년만에 네덜란드 본사로 통합

by방성훈 기자
2018.03.15 14:49:39

이사회 "브렉시트 비용·세금 완화 등 고려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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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네덜란드 합작 글로벌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가 ‘통합’ 본사 소재지를 네덜란드로 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과 가디언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불확실성을 우려해 89년 만에 본사를 네덜란드로 통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난 1929년 네덜란드 마가린유니와 영국 레버브라더스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유니레버는 세금부담 감축 등을 이유로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각각 본사를 두고 운영돼 왔다. 현재 영국과 네덜란드에 별도로 상장돼 있으며, 연례회의도 별도로 개최하는 등 기술적으로는 사실상 두 회사나 다름 없다. 전 세계 고용인력 16만9000명 중 영국에는 7500명, 네덜란드에는 3000명이 각각 근무하고 있다.

유니레버의 본사 통합 움직임은 지난 해 크래프트하인즈가 유니레버 인수를 포기한 뒤 추진됐다. 크래프트는 당시 유니레버를 143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제안했다가, 이중 법적 구조가 브렉시트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제안을 철회했다. 이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고 회사는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해 본사 통합에 나섰다.



유니레버 이사회는 이날 브렉시트에 따른 비용,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보호 혜택이 더 많은 네덜란드 법 등을 고려해 런던 본사를 로테르담 본사로 통합·이전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네덜란드 정부가 영국을 떠나려는 기업들을 유치하고자 투자 배당금에 물리는 15%의 세금을 폐지하고 법인세를 낮추려고 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는 앞서 유니레버가 네덜란드행을 선택하면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유니레버의 본사 통합을 반대해 왔으며, 런던 본사가 폐쇄되더라도 자국 내 일자리를 유지하기를 희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