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그룹·남양유업에 한샘까지…`나쁜 기업` 낙인에 떤다

by이명철 기자
2017.11.06 16:33:20

한샘, 직장 내 성폭력에 불매 운동·주가 하락 이중고
펀더멘털 영향 없지만 이슈 장기화 시 실적 부진 우려

서울 서초 한샘 본사 전경 (제공=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갑(甲)질 논란이나 직장내 성폭력 등 민감한 사회문제와 엮인 기업들이 속칭 `나쁜 기업` 리스크에 떨고 있다. 일단 대중으로부터 한번 낙인이 찍히면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물론 불매 운동과 신인도 하락까지 이만저만 고충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한 내부 단속과 후속 대응이 주요한 투자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한샘(009240)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3% 가량 하락한 16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에는 6% 이상 급락하며 16만원대 붕괴 위기에도 놓였다. 지난주말 회사 신입 직원에 대한 성폭행 사건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샘은 최근 입사한 여직원이 동료와 인사 담당자로부터 성적 피해를 입고 교육 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오히려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회사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최양하 회장 등 경영진이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며 즉각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주가 하락은 피하지 못했다. 창업주의 사회 환원 등으로 `착한 기업` 범주에 들었던 한샘은 이번 논란으로 공든 탑이 무너질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홈쇼핑업체는 한샘 제품 방송을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도 전해졌다.



나쁜 기업에 대한 소비자·주주 외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뿐더러 후유증도 큰 편이다. 지난 2013년 대리점에 대한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남양유업(003920)은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00만원 안팎을 오가던 주가는 급락했으며 현재 70만원선으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065150) 역시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며 상장폐지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통상 나쁜 기업의 전형인 갑질 행태와는 다르지만 이슈가 장기화됐을 때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 IR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직접 귀책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회문제로 공론화됐을 때 정책당국의 움직임도 변수”라며 “압수수색이나 세무조사 같은 조치가 이뤄질 경우 우려가 심화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실제 MP그룹의 경우 갑질 논란 이후 정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아직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한샘의 경우에도 고용노동부가 직권조사에 나설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한샘 성폭행 논란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경계하면서도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해당 이슈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과는 무관하지만 남양유업 사례처럼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제품 판매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어서다. 성정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 하락은 전체 건설·건자재업종 부진 영향도 일정 부분 있고 홈쇼핑 판매가 줄어든다고 해도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기 때문에 아직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대대적인 불매운동이나 기업 이미지, 브랜드 가치의 하락 우려도 있는 만큼 회사측 대응방안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