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업계 첫 전장용 8세대 V낸드 개발…車 메모리 확대

by김응열 기자
2024.09.24 16:37:03

업계 첫 236단 차량용 SSD…256GB 연내 양산
내년 초 업계 최대 2TB도 선봬…라인업 강화
열리는 자율주행…데이터 증가에 낸드 용량↑
삼성, 기술 자신감…"자율주행 메모리 잡는다"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차세대 차량용 낸드로 전장 분야에서 보폭을 키운다. 업계 최초로 236단 8세대 V낸드 기반의 차량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개발했다. 연내 256기가바이트(GB) 제품을 양산하고 내년 초에 연이어 용량을 8배 키운 2테라바이트(TB)도 출시해, 자율주행차로 자동차 패러다임에 변하는 시기에 맞춰 미래 유망한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쥐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삼성전자 차량용 SSD AM9C1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8세대 V낸드 기반의 PCIe 4.0차량용 SSD AM9C1 개발을 완료했다고 24일 밝혔다. 주요 고객사에 256GB 제품의 샘플도 제공했다.

신제품은 차량용 SSD 중 업계 최초로 8세대 V낸드를 적용했다. 범용 낸드에서는 삼성전자가 공개한 280~290단대 9세대 V낸드가 최고층이지만 236단에 해당하는 8세대도 여전히 선단공정에 속한다.

전장 부품에 선단 기술을 활용하는 건 다소 이례적이다. 사고 위험성 때문에 전장용 반도체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며,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구공정(레거시) 제품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삼성전자가 236단 낸드로 차량용 SSD를 구현한 건 기술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신제품은 차량용 반도체 품질 기준인 AEC-Q100 등급 2를 만족해,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도까지 안정적인 성능을 보장한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레거시가 아닌 선단공정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신뢰성을 확보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면에서 시장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제품의 연속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각각 4400MB/s, 400MB/s이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셀 운영 방식을 TLC에서 SLC로 변환할 수 있는 전환 기능 ‘SLC 모드’도 넣었는데 이를 활용하면 연속 읽기·쓰기 속도가 4700MB/s, 1400MB/s로 빨라진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내부 모습. (사진=AFP)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최대 수혜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지만 전장용 메모리 시장만큼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신제품을 연내 양산하고, 내년 초에는 8세대 V낸드 기준 업계 최고 용량인 2TB(테라바이트)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열리고 처리할 데이터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차량용 낸드의 고용량화는 예고된 수순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집계 결과 지난해 차량 1대당 평균 71.3GB의 낸드 제품이 탑재된 반면 2028년에는 288.1GB로 약 4배 증가할 전망이다.

(자료=옴디아)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는 레벨 2단계 수준이다. 보조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나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변수 감지와 이에 따른 대응도 운전자가 맡는다.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및 레벨4(고등 자율주행) 등 도입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보다 확대하려면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선제로 제품을 개발해 기술력을 쌓고 경쟁력을 입증받아야 향후 자율주행차 시장이 본격화할 때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부품 시장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경쟁력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며 “전장용 반도체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