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인가 '골디락스'인가…기로점에 놓인 美증시
by정다슬 기자
2024.09.04 15:25:22
콘스탄 "美경제 연착륙하더라도 지금 자산가격 너무 비싸"
피사니 "9월 다른 달에 비하면 안좋겠지만 여전히 좋을 것"
리 "8주간 주가 7~10% 하락 가능성…매수 기회 삼아야"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역사적으로 하락한 날이 많았던 9월이 폭락장으로 시작되며 시장의 공포심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금리 인하를 앞둔 시장이 1987년 블랙 먼데이를 재현할지, 1995년 골디락스 장세를 재현할지 주목하고 있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 먼데이 이전 미국 주식시장은 30% 이상 상승했으나,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악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2%대의 하락을 기록했다. 반면, 1995년은 미국 경제가 침체기를 지나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IT 버블을 형성하기 시작한 시기다.
댐프드 스프링 어드바이저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앤디 콘스탄은 3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골디락스를 고려하더라도 지금 주가, 금, 채권이 너무 비싸다”라고 말했다. 골디락스란 경기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의미한다.
콘스탄은 미국 기준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채 2년물 금리를 볼 때, 시장은 향후 12개월간 21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미 이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에 반영돼 있어, 더 이상 국채 가격이 상승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또, 골디락스 경제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4%라는 것을 고려할 때, 주가 역시 이 정도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스탄은 “골디락스 경제는 주식과 채권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면서도 “이 자산들이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더라도 현재 채권과 주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채권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한편,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반면, CNBC의 시장 담당 기자이자 800만 달러의 순자산을 가진 자산가로도 유명한 밥 피사니는 같은 날 “9월은 올해 최악의 달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9월의 부진한 성적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이유로 최근 시장의 상승세가 매우 뚜렷하다는 점을 들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3분의 2가 8월에 상승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주식 70% 이상이 200일 이동 평균선을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이번 상승세가 그동안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했다고 평가받는 기술주가 아닌 다른 종목들이 주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S&P 500을 구성하는 500개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Invesco S&P 500 Equal Weight ETF(RSP)는 S&P 500을 앞지르며, 지난달 30일 역사적 고점으로 마무리했다.
피사니는 또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S&P 500의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7%, 4분기 실적은 1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SEG는 2025년 기업 실적 역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 톰 리는 향후 2개월간 주식시장이 7~10% 빠질 수 있다면서도 “매수 기회를 잘 포착하라”고 조언했다.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8개월 중 7개월이 상승할 정도로 시장은 강력하다”면서도 “9월 금리 인하와 11월 선거가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중해야 하지만 강력한 시장을 예상하고 매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