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북한, 미국 겨냥 핵미사일 개발 의지 분명히 한 것”(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11.29 15:01:57

北 75일 만의 미사일 도발 강력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오전 도쿄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비판하며 주변국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특히 북한이 각국의 압력 속에서도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핵 미사일 개발 의지를 분명히 했다며 미국 등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최고 수준의 제재를 시행한 상황이어서 실효 있는 추가 제재가 나오긴 어려우리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9일 오전 3시18분께 서쪽 방면에서 동해를 향해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서태평양에 떨어진 지난 9월15일 미사일 이후 75일 만이자 올 들어 14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일본 측도 즉각적인 분석에 나섰다. 일본 측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53분 동안 1000㎞를 날아 동해상에 떨어졌다. 사거리는 이전보다 짧아졌으나 역대 최고 고도인 4000㎞ 이상 쏘아올렸다. 이번과 비슷한 지난 7월28일 고각 발사 때의 고도는 3500㎞였다. 고각 대신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사거리 5500㎞ 이상을 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일 것으로 일본 방위성은 추정했다. 한국 측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미사일에 여러 탄두를 탑재해 방어 시스템의 요격을 어렵게 하는 다탄두 가능성도 제기됐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은 “발사 시점에선 한 발만 관측됐으나 떨어질 땐 몇 개로 나뉘었다. (다탄두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미사일 분석과 함께 즉각적인 ‘전방위 북한 때리기’에 나섰다. 새벽 시간이었지만 발사 한 시간여 후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도 오전 6시 전후 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개최 요청 사실을 알렸다. 그는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대북 제재 조치의 완전히 이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어떤 도발에도 굴하지 않고 압력을 최대한으로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단한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고도의 경계태세를 유지해 일본 국민을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또 오전 8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약 20분 동안 통화하며 공동 대북 압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일본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김정은 체재를 비판하고 일주일 전 자신을 테러지정국으로 재지정한 미국 트럼프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전 세계적인 제재 속에서도 미 본토를 향한 핵 미사일을 고집하겠다는 모습을 선명히 했다고 봤다.

29일 북한 평양 기차역 인근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서 이날 새벽 새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다는 조선중앙통신발 북한 정부 성명이 나오고 있다.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