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민주 기자
2016.10.26 14:48:53
[이데일리 이민주 기자] 미국의 인종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한 미국 작가 폴 비티(54)의 소설 ‘셀아웃’(The Sellout)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미국 국적의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것은 48년 맨부커상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맨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역사학자인 어맨다 포먼 심사위원장은 “이 작품이 조너선 스위프트나 마크 트웨인 이래 보지 못한 종류의 극도로 맹렬한 위트로 현대 미국사회의 핵심부를 파고 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비티의 네번째 소설로,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교외 마을을 가상의 무대로 삼아 노예제와 인종분리 정책의 복구가 시도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289쪽에 걸친 소설은 아프리카계 흑인 ‘봉봉’이 법정에 서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곳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짚어 나가는 방식으로 흘러가며, 그 과정에서 인종에 대해 정형화한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풍자하고 있다.
심사 위원회는 이 소설이 작가의 고향 로스앤젤레스의 풍경을 ‘충격적이고도 예상을 벗어날 만큼 웃기게’ 그려냈다면서 “이 도시와 주민들의 초상을 애정과 신랄한 역설을 담아 그리면서 인종간 관계와 가정, 해결책에 대해 뻔한 시선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묘할 만큼 솔직하고 선의를 지닌 영웅이 자신의 부패한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견딜 수 없는 미국의 오늘날 현실을 부조리한 결말로 이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백인 경찰의 흑인 사살 논란 등으로 흑백 갈등이 고조한 상황이다.
비티는 이날 시상자로 나선 찰스 영국 왕세자의 부인 커밀라 콘월 공작 부인으로부터 상을 받고 나서 “이것이 내게 얼마나 오랜 여정이었는지 여러분께 말할 수 있다”며 “글쓰기는 내게 삶을 줬다”고 감격을 표시했다.
1969년 부커상으로 출발한 이 상은 2002년부터 금융서비스회사 맨 그룹의 후원을 받으면서 맨부커로 이름을 바꿨으며,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상금은 5만 파운드(약 6900만원)다. 그동안 영국과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작가들에게만 시상하다가 2014년부터 작가의 국적과 관계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영어로 쓰인 작품에 대해 수여한다. 지난해에는 자메이카의 말런 제임스의 ‘일곱 가지 살인에 대한 간략한 역사’가 영예를 안았으며 영국 출판사 원월드는 이에 이어 ‘셀아웃’으로 두 번째 맨부커상 수상작을 배출했다.
한국 작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것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이다. 이 상은 2005년부터 이스마일 카다레(알바니아), 앨리스 먼로(캐나다), 필립 로스(미국) 등 세계적 작가들에게 수여됐다.
미국 소설가 폴 비티가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맨 부커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