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민정 기자
2024.10.15 16:16:10
역대 산업부 장관, 정치 성향 떠나 '한목소리'
"조건 걸어 국민 눈높이 맞춰야…대책 필요"
직접 보조금 전무…반도체 클러스터 입법 '계류'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제조업 강국’ ‘반도체 강자’로 불리던 한국의 명성이 위태롭다. 반도체 주요국들이 ‘쩐의 전쟁’을 펼치며 인공지능(AI) 시대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업들 홀로 전쟁에서 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으로 대포를 쏘는 중국은 기술력으로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내뱉으며 대동단결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인사들이다. 이는 곧 한국 반도체의 위기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현실을 상징한다.
직접 보조금 필요성이 화두에 오르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정부는 혹여나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 여론이 있을까 종합 대책을 내놓길 꺼리고 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치권의 당파 싸움으로 관련 법안이 계류되면서 전력, 용수 등 인프라 문제에 산적해 있다. 이공계 인재들은 의대 진학에 몰두하고 있고 인재 양성은 질보단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른 국가들이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조건 없이 퍼붓는 건 아니다. 저마다의 조건으로 기업들과 미래 성장을 약속하며 보조금으로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만약 직접 보조금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우리도 조건을 걸고 금융·세제 지원 등 종합 패키지를 내놓으면 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면 된다.
한국과 중국의 D램 기술 격차는 5년이고 낸드플래시는 2년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은 제조업의 부흥을 꿈꾸며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고, 이미 앞서 가는 대만은 온 국민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반도체 거인으로 불리던 일본 도시바와 미국 인텔이 이렇게 추락할 줄 아무도 몰랐다. 모두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결과다. 기업이 잘하는 일이 따로 있는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주도권을 더 강하게 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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