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가족까지 매도될까 염려”…윤석열 내각 첫 낙마(종합)

by신하영 기자
2022.05.03 14:54:25

가족 모두 미국 유학 장학금 수혜로 ‘아빠 찬스’ 의혹
‘공정과 상식’ 슬로건으로 당선된 새 정부 출범에 부담
학문적으로 엮인 ‘김인철 사단’ 표적된 것도 사퇴 배경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아빠 찬스’ 논란 등 각종 의혹을 넘지 못하고 결국 사퇴했다. 지난달 1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며, 윤석열 정부 장관후보 중 첫 낙마 사례다.

3일 교육계와 정치계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사퇴는 가족문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를 비롯해 배우자, 자녀 2명까지 모두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외국인의 미국 유학을 지원하는 장학생 선발제도로 연간 최대 4만 달러의 학비 지원이 가능하다. 여기에 생활비와 의료보험 혜택, 왕복 항공권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선발경쟁이 치열하다. 해당 장학금의 재원은 한국정부가 39억 원을, 미국 정부가 19억 원을 분담해 마련한다. 하지만 치열한 선발경쟁에도 불구, 후보자 본인을 비롯해 가족이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김 후보자 본인은 1996~1997년 해당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했다. 배우자 이모씨는 숭실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4~2005년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지원받아 미국 템플대 교환교수를 다녀왔으며, 후보자 딸은 2014~2016년 코넬대 석사과정을, 아들은 2016~2018년 컬럼비아대 석사과정 당시 해당 장학금을 지원받았다.

문제는 김 후보자가 2012년부터 2015년 말까지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지내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동문회가 주축이 된 한미교육문화재단 이사로 재직 중이란 점이다. 후보자를 비롯해 가족 모두가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 장학생 선발권한을 가진 한미교육위원단은 내·외부 영향력을 철저히 배제한다고 해명했지만, 위원단 내에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출신이 여럿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확산됐다.



특히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해외 거주 경험이 없는 학생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데 반해 김 후보자 배우자·자녀 모두 해외 유학경험과 미국 거주경험을 갖고 있다. 교육계는 결국 가족문제가 김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된 새 정부의 가치와도 정면 배치돼서다. 후보자 본인도 이날 기자회견 뒤 교육부기자단에 추가로 “가족의 미래까지 낱낱이 매도당할 수 있다”며 사퇴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김 후보자와 학문적으로 제자·후배로 엮인 이른바 ‘김인철 사단’이 야당의 표적이 되면서 사퇴 압박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가 역임한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자리에 그의 직속 후배인 최모 사이버한국외대 교수가 재직 중이란 사실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김 후보자가 사이버외대 총장 재직(2014~2017년) 당시 사이버외대 교수로 임용됐다.

여기에 김 후보자가 제자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이른바 ‘방석집’으로 불리는 고급 음식점에서 김 후보자가 접대를 받으며 논문을 심사했다는 추가 의혹이 나왔다. 국민의힘 인천 연수구청장 후보경선에 출마했던 이성만씨의 자서전에 담긴 내용이다. 김 후보자도 교육부기자단에 전달한 사퇴의 변에서 두 번째 이유로 “제자들까지 청문증언대에 불러내는 가혹함을 없애고 싶었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김 후보자는 봇물처럼 쏟아진 의혹들을 풀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오히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라며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사실상 해당 의혹들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전 대구교육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정철영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교수 등이 새 후보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 출범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사퇴했기에 새 후보자를 찾기보다는 기존 후보군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