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자구안 핵심된 에코비트, 의미부여 어려운 이유[마켓인]

by송재민 기자
2024.01.04 17:43:30

지분 50% 쥔 KRR 매각 동의 필요
KKR서 자금조달하며 일부 지분 담보 제공
성장성 정체·M&A 시장 냉각 분위기
최대 2조에 매각해도 손에 쥐는 자금 절반

지난 3일 오후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태영건설(009410)이 계열사인 에코비트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자구안으로 내놨지만 실제 매각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몸값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태영건설 정상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높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모아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과 관련해 자구안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한 자구안에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에코비트 지분 매각 및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이 포함됐다.

이중 에코비트는 종합환경업체로 한 때 시장에서 3조원 몸값을 자랑했던 주요 ‘캐시카우’다. 지난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에코솔루션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으로 의료 및 산업폐기물 소각과 재활용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에코비트의 경우 TY홀딩스가 지분의 50%, 나머지를 KKR이 쥐고 있다.

그러나 환경사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던 지난 2021년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합병(M&A) 시장은 최고점을 찍고 내려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일회용품과 의료 폐기물 배출이 크게 늘자 덩달아 주목받은 폐기물 처리 산업은 엔데믹을 맞으면서 밸류에이션 조정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해석이다. 고금리 등으로 전반적인 경기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산업폐기물을 포함한 폐기물량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덩달아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에코비트의 최근 실적은 정체된 상태다. 지난 2021년 매출 6117억원, 영업이익 1172억원을 기록했지만 다음해인 2022년 매출 6426억원, 영업이익 1208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은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2023년 1분기까지 공개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305억원에서 226억원으로 줄었다.



여기에 최근 M&A 시장 부진 분위기가 맞물려 에코비트가 급매물로 나오게 된다면 제 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인수 희망자를 찾아 최대 1조~2조원에 매각하게 된다 해도 태영건설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초 KKR로부터 자금 4000억원을 4년 만기 연 13%의 고금리에 조달하면서 에코비트 지분 일부는 담보로 잡히기도 했다. 이미 4000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여해준 상태이기 때문에 에코비트 지분을 매각할 경우 태영그룹은 채 1조원이 되지 않는 자금을 손에 넣게 된다.

에코비트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KKR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KKR이 그간 태영그룹의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에코비트의 성장성을 높게 보지 않으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KKR은 태영인더스티리 지분 100%를 2400억원에,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600억원에 인수하며 총 7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해준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장성이 줄긴 했지만 수익률이 20%에 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매물로 나왔을 때 볼트온 전략 등에 관심을 갖는 곳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