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로 전 세계 주목받은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어떤 곳?
by강민구 기자
2023.08.09 17:41:28
故최동식 고려대 교수 제자들 모여 2008년 창업
2018년 전후 정부지원과제 수주 등 연구 진전
학계에선 회의적 반응···한국에너지공대 등과 협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전 세계 학계를 뒤흔들고 있다. 주식시장도 요동쳐 전 세계 연구자들이 검증작업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하는가 하면 ‘초전체가 아니다’라는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의 발표에 급락하는 등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인원이 6명 수준으로 적은 중소기업이다. 이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특허도 보유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어떤 곳일까.
◇故최동식 교수 이론 바탕으로 설립
퀀텀에너지연구소(퀀텀에너지)는 최동식 명예교수의 초전도 이론을 기반으로 초전도체를 구현하고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론적으로 초전도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온·상압에서의 초전도체 연구를 시작한 최 교수가 시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질로, 전기 손실 없이 전기를 전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1911년 수은을 액체 헬륨으로 냉각할 때 전기 저항이 소멸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후 학계는 극저온이나 초고온이 아닌 상온에서 이러한 현상을 구현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퀀텀에너지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자기부상열차나 무손실 전기 송전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퀀텀에너지의 핵심 연구자 대부분은 최 교수의 제자로, 물질 발견 이후 실험을 하며 검증을 해왔던 노력이 온라인 사전 논문 공개사이트 ‘아카이브’에 게재되며 핫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LK-99’라는 물질은 이석배 대표와 김지훈 연구소장이 개발한 것으로, 그들의 이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퀀텀에너지는 2008년에 설립되었으며, 최 교수의 사망 이후 2018년 전후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이석배 대표는 고려대 비전임교수와 동국대 겸임교수를 지냈고, 김지훈 연구소장은 아이셀텍 연구소장을 거쳐 퀀텀에너지연구소에 합류했다. 외부 인사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의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와 오근호 한양대 교수 등 연구자들이 추가로 합류하며 연구에 탄력이 붙었다.
퀀텀에너지가 ‘아카이브’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이때 정부 연구개발 과제도 잇따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퀀텀에너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산업기술개발 사업으로 약 5년 동안 100억원을 지원받았고, 교육부 ‘이공학학술연구기반구축 연구개발사업’으로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3년간 2억원을 지원받았다. 연구책임자로는 김현탁 윌리엄앤드메리대 교수와 권영완 고려대 교수가 맡아 정부 지원 과제를 수행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퀀텀에너지는 과기정통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 과제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며 “고려대 창업기업, ETRI 출신의 김현탁 교수 이력 등으로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아카이브 게재 논문이 갑자기 이뤄진데다 2편이 연이어 게재돼 권영완 고려대 교수를 중심으로 논문 저자 등록과 특허 관련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현탁 교수는 “조금 늦춰서 내보냈어도 되는데 사정이 생겨서 아카이브에 논문을 급하게 올렸다”고 전했다.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
그러나 퀀텀에너지의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퀀텀에너지 구성원들의 학계 활동 부재와 연구과정의 비밀 유지로 인해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퀀텀에너지의 결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의견이 많다.
회사도 이를 의식해 최근 한국에너지공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료 응용 분야를 따져보고 있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부총장은 “(전문가가 없어) LK-99의 초전도 여부를 조사하지는 않고, LK-99를 에너지 소자로 응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며 “퀀텀에너지와는 2017년부터 협의를 해왔고, 이번 MOU를 통해 시료를 받아서 시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퀀텀에너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과학계에선 초전도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퀀텀에너지 구성원이 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은 데다 연구과정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 오면서 소통이 부족한 이유에서다. 강승민 한국결정성장학회장은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벤처기업이라고만 알뿐 구성원들은 모른다”고 했고, 김창영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교수)도 “퀀텀에너지를 모르고, 구성원들을 아는 이도 극소수로 연락처를 수소문해 연결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이 “초전체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고, 게임은 끝났다”고 발표하는 등 해외에서도 부정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퀀텀에너지는 이르면 한달뒤 기술 설명회 등을 통해 자체 기술을 설명할 예정이다. 퀀텀에너지측은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한달 뒤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