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택근무 늘지만…뿌리산업 '그림의 떡'

by강경래 기자
2020.03.05 14:52:13

코로나19 확산에 대기업 이어 中企 재택·단축근무 시행
임직원 건강관리와 함께 지역사회 전파 막기 위한 조치
다만 뿌리산업 등 일부 中企업종 "재택근무 불가능" 토로

충남 천안 뿌리산업 업체 삼천리금속. 회사 직원 중 절반인 30여명 가까이가 60대 이상 고령 근로자다. (사진=김호준 기자)
[이데일리 강경래·김호준 기자] 대기업에 이어 중소기업으로 재택근무와 단축근무 등 근무체계 변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임직원 건강을 관리하는 한편,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뿌리산업 등 일부 중소기업 업종에서는 경영상 어려움 등 근무체계 변화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원격지원·제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알서포트(131370)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앞으로도 매주 금요일마다 코로나19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재택근무 연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재택근무를 지원하기 위해 전 직원에 노트북을 지급하는 한편, 사무실에 있는 인터넷 전화기를 집에 가져가 착신전환을 통해 상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상황을 유지하도록 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자사 원격지원 서비스로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들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어디서든 정상적으로 업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여기에 임직원 감염예방과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직원과 함께 거래처 관계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이달 중 예정한 오프라인 강의를 모두 취소했다. 일례로 이달로 예정한 인적자원개발(HRD) 관련 포럼은 관중 없이 현장 강연을 실시간 온라인으로만 송출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400여명의 참석을 예정했었다.

노트북과 모니터 등을 생산하는 주연테크(044380)는 학교 개학 연기 등으로 인해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에 한정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본사에서는 재택근무 외에 순환근무제 등을 시행 중이다. 공장인 일산 생산센터에서는 손소독제·마스크 지급과 함께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방역을 실시한다.



단축근무를 실시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화장품 브랜드 ‘닥터지’를 운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사적인 휴무를 실시한 후 3일부터 단축근무에 들어갔다. 하루 6시간 30분만 일하면 언제든 퇴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임신한 여직원의 경우 무기한 재택근무도 함께 시행 중이다.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부사장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임직원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전사휴무에 이은 단축근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재택근무와 단축근무 등의 조치를 시행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임원은 “중소기업, 특히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거래처 납기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가동을 멈출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며 “재택근무를 시행할 수 없는 회사 상황을 직원들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뿌리산업의 경우 재택근무는 ‘그림의 떡’이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뿌리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을 말한다. 경인주물공단에 입주한 한 주물업체 대표는 “장치·장비로 쉴 새 없이 생산라인을 돌려야 하는 뿌리기업에 재택근무나 단축근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감염병에 취약한 고령 근로자도 많아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 물품이 필요하지만 이조차 구하기 어려워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뿌리산업 등 상당수 중소기업이 현장 근무가 필요한 만큼 현실적으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말하며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영 악화로 직원들이 휴직할 경우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