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대신 PEF行]①현찰 물려주는 게 낫다는 회장님들

by장순원 기자
2017.11.21 15:31:32

후계자 찾기 어렵고 상속 부담 커 PEF가 대안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국내 밀폐용기업계 1위를 다투던 락앤락부터 국내 최대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 전국 매출 4위의 조미김 제조업체 성경식품, 잘 나가던 화장품업체 에이블씨엔씨와 대표 보톡스업체 휴젤까지 최근 똘똘한 중견·중소기업을 이끌어온 오너들이 자식 대신 사모투자펀드(PEF)에 회사를 넘기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후계자가 마땅하지 않을 때는 자식을 통한 가업승계라는 명분에 집착하기보다 현금이라도 손에 쥐는 게 낫다는 실리적 선택을 한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EF인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는 최근 지도표 성경김으로 알려진 성경식품을 인수했다. 콘돔업체 유니더스 최대주주였던 김성훈 대표도 지난 11일 보유주식 중 300만주(지분율 34.88%)를 바이오제네틱스투자조합 외 1인에게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 아니라 `미샤` 브랜드로 잘 알려진 유명 화장품업체인 에이블씨엔씨, 토종 보톡스 제조업체인 휴젤의 창업주도 올해 PEF에 경영권을 넘겼다. 락앤락을 세운 뒤 경영을 책임져온 김준일 회장도 홍콩계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6293억원을 받고 회사를 팔았다.



이처럼 창업자나 중견기업 오너들이 자식 대신 PEF에 기업을 넘기는 이유는 마땅한 후계자를 찾기 힘들고 기업을 키우는 데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 내몰린 때문이었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기업을 더 키우려면 자식이 아닌 외부 손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아울러 회사 지분을 상속하더라도 세금을 빼고나면 남는 게 많지 않아 현찰을 챙겨놓는 게 낫다는 판단도 큰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주주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상속세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일군 창업자의 눈에는 자식이 사업에 관심도 없고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민하고 있는 오너나 창업자를 찾아간 PEF들이 향후 회사 성장에 대한 비전과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할 경우 매각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