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쥐어야 할 상황에 파업 리스크… 허탈한 타이어株

by이명철 기자
2015.08.25 17:41:28

유럽·중국 시장 부진 속 전면 파업으로 손실 우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내 양대 타이어 업체인 한국타이어(161390)와 금호타이어(073240)의 주가가 신통치 않다. 주요 시장에서 수익성 악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자 관심이 시들한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에 나섰거나 준비 중이어서 막대한 추가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30.91%(1만5950원), 37.28%(3650원) 내린 3만5650원, 6140원을 기록했다. 이날 원화 약세 기대감으로 운수장비 업종이 급등해 금호타이어는 8.29% 오르고 한국타이어는 보합에 머물렀지만 기나긴 하락세를 만회하기에는 부족했다.

최근 하락세가 가팔랐다. 이달 17일 반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24일까지 일주일 동안 주가가 각각 6%, 13% 가량 빠졌다.

업체들의 파업 소식이 전해진 것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달 11~14일 부분 파업을 진행한데 이어 17일 돌입한 전면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1962년 설립 이후 무분규를 자랑하던 한국타이어 역시 21~23일 실시한 쟁의행위 투표에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들 업체는 임금피크제 철회나 성과급·상여금의 수준 등 주로 임금과 관련해 노사간 이견이 생기면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파업 기간 동안 공장은 생산 중단에 들어가기 때문에 손실이 크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파업에 따른 하루 손실은 약 50억원인 것으로 추산됐다. 전면 파업이 25일까지 9일째로 4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난 셈이다. 지난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후 경영정상화 첫 해에 나온 파업이라 충격이 더 크다.



타이어 업계는 올해 들어서부터 해외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불거졌다. 미국에서의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관세 부가는 호재였지만 중국 내수 시장의 공급 과잉을 불러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반부패 분위기로 자동차 시장 성장세도 주춤한 상태다. 유럽에서는 유로화 약세가 판매에 악영향을 끼쳤다.

경쟁이 심화되자 평균판매가격(ASP)은 하락했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제품 가격은 2013년 7만5885원에서 올 상반기 6만5471원으로 1만원 이상이 떨어졌다. 금호타이어도 같은 기간 6만9670원에서 6만2133원으로 내렸다.

수익성 하락은 실적 부진을 가져왔다. 한국타이어의 연결 기준 상반기 영업이익은 40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가량 감소했다. 금호타이어는 55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내 지난해에 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최근 수출 여건이 나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파업 리스크로 실망한 투자자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고 미국에서 한국산 타이어 판매가 증가하고 있어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이익을 올린 후 분배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인데 파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회를 못 살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