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셀프방어' 논란 공보준칙 폐지수순…향후 파장은
by하상렬 기자
2022.03.30 17:05:34
대검, "형사사건 공개금지 원칙 개정" 인수위 보고
인수위·법무부 공감대…"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논의"
개정·폐지 논의 급물살 탈듯…법조계 환영 목소리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정관계 비리 사건 주목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법무부가 대검찰청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 의견에 공감대를 보이며 차기 정부에서 공보 준칙이 속도감 있게 개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환영의 목소리와 함께 최소한의 인격권 보호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과 관련해 조만간 대검 의견을 들을 방침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8일 “일선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다 따르려다 보니 불편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후 대검과 얘기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 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공보 준칙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특히 대검은 ‘국민 알권리’ 보장을 주장하며 ‘공소장은 법령에 의해 허용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교부하는 등으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도 이 같은 개정 방향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공보 준칙 개편은 차기 정부 출범 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측은 전날 법무부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해당 규정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은 지난 2019년 12월 시행됐다. 피의 사실 공개를 원칙적으로 막고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전문공보관을 제외하고 수사·공소 유지에 관여하는 검사나 수사관은 담당 형사 사건과 관련해 언론기관 종사자와 개별 접촉할 수 없고,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피의 사실이나 수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제정된 해당 규정은 꾸준히 논란을 빚어 왔다. 초기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에 규정이 도입된 것을 두고 본인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셀프 방어’라는 비판이 일었고, 그 이후에는 권력자들의 비위 수사를 감추는 ‘깜깜이 수사’를 용인하는 규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여권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피의 사실이 공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 안팎에선 공보 준칙 개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과거 검찰의 언론 브리핑은 피의 사실 공표 문제가 아닌, 수사에 대한 가르마를 타 국민에게 전달되는 차원도 있었다”며 “공보 준칙 제정 이후 사건 관계인들의 입을 빌린 기사만 난잡하게 나오게 되면서 수사가 오히려 어려워지는 문제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해당 규정으로 인권 보호가 선택적으로 이뤄졌다는 데에서 법무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실효성 없는 규정이었다”고 꼬집었다.
차기 정부에서 공보 준칙이 폐지 혹은 개정된다면 최근 검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정관계 비리 사건 수사가 당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검찰에서 정부 인사의 이름이 흘러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는 기본적인 인권 보호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정치인, 대기업 총수나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그들의 인격권 침해보다는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해야 한다”면서도 “어느 정도 범죄가 특정됐을 때 그 범죄에 국한해서만 공개가 이뤄지는 등 최소한의 보호 장치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