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명장이라더니…중국 광고계, '안현수 지우기' 시작되나
by이선영 기자
2022.03.15 15:48:39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쇼트트랙 중국대표팀에서 기술코치를 맡았던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아내 우나리 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 중국 현지 누리꾼들의 반발이 일자 사과한 가운데 중국 유명 분유 기업 ‘쥔러바오’가 안현수와의 광고 모델 계약을 해지했다.
14일 쥔러바오는 공식 입장을 통해 “빅토르 안과의 협력 관계를 모두 종료했다”고 밝혔다. 안현수의 아내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만을 국가로 표기해 논란이 커지자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불과 10일 전까지만 해도 쥔러바오는 안현수를 업체 대표 모델로 섭외한 것에 대해 “자타 공인 쇼트트랙 천재 빅토르 안은 실력 면에서는 물론이고 친화력 넘치는 젊은 아버지 이미지를 가졌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이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500m 계주 은메달을 손에 쥔 한티안위 두 사람을 투톱으로 내세운 광고가 콘셉트에 잘 맞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우나리 씨가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의 외국인 회원 가입 절차에서 국적 선택 항목에 대만을 다른 국가와 함께 표기한 것이 발견되며 중국인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중국과 대만, 홍콩 등은 나눌 수 없는 하나이며 중화인민공화국만이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 원칙을 고수한다.
이에 안현수는 14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제 가족의 인터넷 사이트 관리 소홀로 기본 설정에 오류가 발생했다”며 “현재 복구했고, 이 잘못에 대해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에게 상처를 입혔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는 중국에서 코치를 담당하는 동안 매우 즐겁게 보냈고, 많은 쇼트트랙 팬들과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아 줄곧 고마움을 느낀다”며 “나와 와이프를 비롯한 내 가족은 시종일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 온라인 미디어 섭차이나(SupChina)는 15일 빅토르 안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중국과 한국의 오랜 라이벌 관계를 감안할 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 발탁한 빅토르 안은 보기 드문 셀러브리티였다. 중국 누리꾼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더 이상...”이라며 “우나리 씨 브랜드가 대만을 국가라고 한 것을 발견한 중국 누리꾼들이 분노하며 빅토르 안을 향한 반감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섭차이나는 “사과는 빨랐지만 반응은 싸늘했다”며 웨이보 반응을 전했다. “웨이보 사용자만을 위한 사과가 아니길 바란다. 정말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중국 외부(인스타그램)에도 게재하라”는 글에는 좋아요 3만5000개가 달렸다.
또 매체는 “빅토르 안의 사과는 중국 유제품 회사 쥔러바오와 브랜드 홍보대사 파트너십 종료를 막지 못했다”며 중국 광고 ‘손절’ 소식도 덧붙였다.
한편 빅토르안은 2011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해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이후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러시아 도핑 스캔들로 경기에 참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