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장관’ 바통터치한 변창흠은 ‘단명’…74일만에 사의

by김미영 기자
2021.03.12 18:28:23

12일 문재인 대통령에 사의 표명
2·4대책 입법 마무리까지 ‘한시적’ 직 유지
LH사장 시절 직원들 땅투기 ‘결정타’
4·7보선 앞둔 정권에 부담…“결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문재인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했다. 장관에 오른 지 74일 만이다. 변 장관은 국토부 최장수 장관을 지낸 김현미 전 장관의 바통을 이어받아 도심 주택공급 확대란 책무를 부여받았지만, 2·4대책 입법 작업 후 옷을 벗는 ‘단명’ 장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변 장관이 오늘 문 대통령에 사의를 밝혔다”며 “대통령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변창흠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 수석은 전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문 대통령의 ‘조건부 수용’으로 변 장관은 일단 직을 유지하지만 사실상 ‘식물 장관’으로 머물 공산이 크다. 2·4대책 후속법안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정부여당은 이달 내 처리를 목표 삼고 있다. 국토위 관계자는 “법안들은 빠르면 이달, 늦으면 다음달 중 처리될 것”이라며 “이후 후임 장관 인사청문회 정국에 들어가 변 장관은 상반기 중엔 교체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주택공급정책 추진의 적임자’로 낙점됐던 변 장관이 코너에 몰린 건 지난 2일 첫 제기된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져서다. 11일 발표된 정부의 1차 합동조사 결과 LH 직원 20명이 3기 신도시에 땅을 보유했고, 이 중 11명은 변 장관이 LH 사장을 지내던 때에 땅을 사들인 사실이 확인된 점이 결정타였다.



이후 변 장관 책임론이 거세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사장이었던 변창흠 장관은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또한 “(변 장관의) 거취를 심사숙고하겠다”고 경질에 무게 실었다. 국토위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의원들도 부글부글했다. 결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통령 입장에선 책임자 경질이란 정공법 말곤 해결책이 없었다”며 “변 장관을 그대로 두면 4·7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여권이 패하고 이후엔 정권 레임덕이 가속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38%로 바닥을 쳤고,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31%)이 1순위로 꼽혔다.

문제는 변 장관이 떠난 뒤에도 2·4공급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는지 여부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대학 교수는 “입법작업이 마무리되면 국토부 수장을 누가 맡든 사업 추진에 큰 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공직자 대상 전국적인 투기행위 조사와 맞물려 시간적으로 지체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