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집값 52%↑…믿고 기다린 무주택자 '바보'됐다
by강신우 기자
2020.07.09 15:07:51
허탈·불안에 떠는 무주택서민
文정부서 아파트값 3.14억원↑
“서민을 위한 주거안정책 맞나”
‘지지철회’…민주당 탈당 러시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허탈하고 불안해서 잠도 안 온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김 모(여·39) 씨는 최근 푸념이 늘었다. 평생 일해 모은 돈 1억5000만원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도 작은 아파트 한 채 장만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김 씨는 “집 있는 지인들은 벌써 수억씩 자산이 불었는데 무주택자만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며 “열심히 살았는데 바보가 된 느낌이다”고 했다.
정부가 수요억제책 위주의 부동산대책을 줄줄이 내놨지만 집값이 연일 폭등하자 무주택자들 사이에선 허탈·불안감을 넘어 분노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서는 “3년 전 집 안 산 걸 후회하고 있다. 당시 알아보던 매물은 6억이나 올랐다.” “전 정권서 집 산 분들은 다들 웃고 있다.” “3년 전 집 산 것이 ‘천운’이었다.” 등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글들이 수두룩하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KB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윗값은 52%(3억1400만원) 올랐다. 정권 초인 2017년5월 6억600만원에서 지난 5월 기준 9억2000만원이 됐다. 전 정권인 이명박정부(4.8억원→4.65억원)·박근혜정부(4.65억원→5.99억원)때보다 오름폭이 크다.
현 정부서 부동산대책을 21번이나 내놨지만 부동산시장 불안정세는 계속됐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17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매매동향을 보면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월4주차인 지난 22일에는 0.28% 오르며 대책 발표 전후로 막차 수요 쏠림현상을 보였지만 이후 5주차(29일 기준) 0.16%로 주춤하다가 7월1주차(6일 기준)에는 0.17%로 상승폭이 되레 커졌다.
수요억제책을 폈지만 집값은 오르자 ‘현금부자’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책 역시 기존 대출을 옥죈 상황에서 갭투자시 전세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시장에서는 “실거주를 위한 주거사다리 마저 걷어찼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줄줄이 직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달 신고가 거래된 아파트를 보면 마포 공덕더샵(84㎡) 16억5000만원, 마포 마포래미안푸르지오(84㎡) 17억원, 용산 용산e편한세상(84㎡) 16억원, 광진 현대5단지(84㎡) 15억500만원 등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시세 15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고 9억원이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20%만 적용했지만 현금부자들의 접근까지는 막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황 모(31·서울 마포 전세 거주)씨는 “대출을 막아 서민들은 집 한 채 못 사게 됐고 현금부자는 갭투자나 매매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집값은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며 “이제 서울에서 내 집 장만은 꿈도 못 꾸게 됐다. 서민을 위한 주거대책이 맞는가 싶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여당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거세지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는 당원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6·17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회원 8993명·6월24일 개설)에서는 탈당 신청을 완료했다는 화면을 캡처에 올리며 ‘탈당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6·17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캡처) |
|
지난 8일 탈당했다는 한 회원은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했다”며 탈당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카페 글에는 “민주당 지지철회” “탈당했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최대 6%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최고세율 3.2%와 비교하면 2배 가량 인상된 수준이다. 당정은 10일 부동산 세제 대책을 발표하고 7월 임시국회 중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