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판매목표 5년전으로…생존경쟁 치열해진 협력사들

by노재웅 기자
2018.01.02 16:01:48

그룹 핵심 계열사, 내부 경쟁력 강화에 중점
1·2·3차 부품협력사는 해외로 매출처 다변화

현대모비스 진천공장 내부. 현대모비스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세계 판매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70만대 낮춘 755만대로 세웠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3년(741만대 목표) 이후 최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와 함께 성장해온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생존 경쟁에도 비상령이 내려졌다. 핵심 그룹 계열사는 내부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는 한편,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해외로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협력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2일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각각 공시를 통해 올해 판매목표를 467만5000대, 287만5000대로 제시했다. 국내외 시장으로 나눠보면 현대차의 경우 국내에서 70만1000대, 해외에서 397만4000대를 팔 계획이다. 기아차의 내수와 해외 판매목표는 각각 52만대, 235만5000대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사업계획을 이처럼 보수적으로 잡은 것은 지난해 판매 실적 하락에 직격탄이었던 사드 보복 여파로 침체한 중국시장 판매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부진했던 미국시장의 자동차 수요도 올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관측돼 어려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대차그룹 계열의 주요 부품사들은 대내외적인 위기 국면에 대응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여념이 없다.

현대모비스(012330) 관계자는 “태생적으로 현대·기아차와 함께 품질 경쟁력을 키워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동반성장해 온 만큼 완성차의 판매 회복을 위해 당장의 내부 품질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향후 자율주행과 친환경 등 미래차 핵심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해외 영업망 확대를 통한 판매처 다변화도 꾸준히 시도한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이미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해외 완성차 업체가 채우고 있다. 이 비중은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으로부터 우수협력사로 선정된 바 있다. 이밖에도 유럽 폭스바겐과 아우디, 일본 업체 등을 통해 지난해 9월 기준 해외 업체로부터 총 48억불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타이어(161390), 넥센타이어(002350) 등 타이어 업체들은 일찍이 해외 OE 공략을 위해 투자를 확대해왔다.

한국타이어는 벤츠·BMW·아우디·테슬라 등 50여개 완성차 브랜드 300여개 차종에 OE 타이어를 공급하며 현대·기아차 비중을 자연스럽게 줄이는 추세다. 넥센타이어는 페라리·다임러·테슬라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체코공장을 완공하면 수출 물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고급화 정책에 따라 최근 국내보다는 수입 타이어 채택 비율을 높인 것과도 맞물려 국내 타이어업계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350여개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를 비롯한 2·3차 부품 협력사들도 살길을 찾아 ‘밖으로, 밖으로’를 외치고 있다. 과거 현대·기아차 외에 거래처를 뚫으려고 시도하면 존재했던 암묵적인 압박도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부품사 관계자는 “현대차도 이제는 ‘우리만 바라보지 말고 다변화하라’고 말한 지가 2년이 넘었다”며 “현대차를 통해 얻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아 최근 유럽과 일본 업체들로부터 수주량이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품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코트라는 지난해 8월 한국과 중국 수교 25년을 기념해 중국 동북3성에서 최초로 중국 대형완성차 회사와 협력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어 9월에는 지난 2015년부터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자동차 부품의 대미(對美) 수출 활로를 열기 위해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각각 수출 상담회를 개최했다. 이 상담회에는 파워트레인, 전장, IT, 신소재 등 자동차 부품 주요 분야의 중소·중견기업 51개사가 참가했다. 또 12월에는 엔진, 파워트레인, 기어박스, 내외장재 분야의 국내 12개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 기업을 초청해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 변속기 생산기업인 마그나파워트레인과 만남의 장을 열어 유럽 진출에 도움을 줬다.

코트라 관계자는 “FTA나 자율주행과 같은 미래차 개발 등 다양한 외부 격변기를 맞이하는 자동차 시장의 수요에 발맞춰 우리 중소·중견 자동차 부품기업들도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