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백신투입 해야하나?…정부 "현 시점에서 맞지 않다”
by김상윤 기자
2016.12.16 17:59:19
살처분 가금류수 1500만마리 넘어
정부, 위기단계 '심각'으로 격상했지만
일부 전문가 "백신 투입으로 해결해야"
|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위기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됐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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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에 감염돼 살처분된 가금류 수가 1500만마리를 넘어선 상황에서 과거 구제역 사태와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백신투입 여부를 고민하고는 있지만, 현 시점에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재수 중앙사고수습본부장(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6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가금류 살처분이 아닌 백신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행정비용, 부작용, 실천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현시점에서는 백신투입이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AI 위기대응체계 ‘심각’단계 상향 조정 관련 브리핑 자리에서 “미국도 2014~2015년 살처분 매몰 형태를 취하고 있는 등 선진국에서는 백신투입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신은 일종의 예방약이다. 보통 바이러스가 몸안에 들어오면 이를 이겨내기 위한 ‘항체’가 생기는데, 같은 병에 다시 걸려도 항체가 있어 쉽게 바이러스를 이겨 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균의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 백신을 조류에 투입한다면 조류가 대량 폐사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조류에 백신을 투입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 베트남, 이집트 정도로 알려져 있다.
위기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정부는 긴급 백신접종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선을 긋고 있는 것은 비용측면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금류에 대한 긴급 백신접종도 검토 중이나 부화 후 한달쯤 출하되고 마리당 가격이 소나 돼지에 비해 낮아 경쟁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AI백신은 대략 30~100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AI 바이러스 유형도 144개로 확인되고 있는데 변형도 이뤄지고 있어 백신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변종이 생기면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이유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백신투입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AI가 매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투입도 준비는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가금류 1억5500만마리 중 7% 가까이 살처분·매몰돼 있는데 이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국내 축산물 수급 상황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되거나 축산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살처분 형식으로도 AI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장 백신 투입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달리 한국이 매년 AI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중국처럼 과감하게 백신 정책을 실시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서상희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AI는 H5N6로, 여기에 타깃을 잡고 백신을 개발하면 된다”면서 “이미 바이러스를 확보한 상황에서 2주만 개발하면 바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살처분으로 효과를 못보는 상황에서 백신 투입을 병행하는 방법을 당장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