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회장의 뚝심'..한미약품, 결국 일 냈다(종합)
by천승현 기자
2015.11.05 16:35:21
한미약품, 4.8조원 규모 신약 수출..사상 최대 규모
올해 3건 수출로 계약금 6천억 확보..작년 매출 초과
임성기 회장 신약개발 직접 진두지휘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이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으로만 1년 매출에 육박하는 거액을 일시불로 확보하는 초대형 수출 계약을 터뜨렸다.
5일 한미약품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총 39억 유로(약 4조8282억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신약에 대한 기술 수출계약이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사노피는 연 매출 약 40조원을 올리는 세계 5위권 제약사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128940)은 사노피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4억 유로(약 5000억원)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기술 수출료 35억 유로(약 4조3330억원)를 받기로 했다. 최종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한미약품이 총 39억 유로(약 4조8282억원)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한미약품은 제품 출시 이후에는 10% 이상의 판매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제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지속형 인슐린’, ‘인슐린 콤보’ 등 3개 제품이다. ‘퀀텀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들 제품은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제품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로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매일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한미약품의 독자 기술을 적용해 투여 횟수를 줄인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 달에 한번 투여 가능한 당뇨신약이다. 후기 임상2상시험을 통해 경쟁약물인 ‘빅토자’보다 우수한 효과가 입증됐고 비만치료제로의 가능성도 확인됐다.
‘지속형 인슐린’은 매일 투여해야 하는 인슐린을 1주에 한 번 투여 가능하도록 개선한 약물이다. ’에피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인슐린 콤보’는 세계 최초의 주 1회 투여 복합 인슐린이다. 약물의 효과를 높이면서도 인슐린 투여에 따른 저혈당쇼크, 체중증가 등 부작용을 크게 감소시킨 신약으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이 체결한 올해 두 차례 대형 수출 계약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일라이릴리와 총 6억9000만달러 규모의 면역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고 지난 7월에는 베링거인겔하임과 7억3000만달러 규모의 내성표적 폐암신약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건의 수출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약 110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이번 수출 계약의 경우 한미약품은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기술도입 시 요구되는 미국 공정거래법상 승인절차를 통과하면 계약금 5000억원을 받게 된다. 앞서 두 차례 수출 계약으로 체결한 계약금 신기록 약 550억원의 10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3건의 계약으로 계약금으로만 61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매출 582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만약 한미약품이 기술 수출한 3건의 신약이 모두 상업화에 성공하면 약 6조5000억원을 받게 된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제약사들의 전체 완제의약품 수출 실적 약 1조3573억원의 4.8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만약 한미약품이 연내 계약금을 받게 되면 유한양행과 녹십자를 넘어서며 매출 1위로 도약하게 된다. 한미약품 신약의 상업화가 성공하면 수입은 더욱 초월해진다. 한미약품은 3건의 신약 판매액의 10% 이상을 판매로열티를 받기로 했는데, 기존의 수출 계약과 비교해도 좋은 조건이다. 지난해 국산신약 중 두 번째로 미국 시장에 입성한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는 판매금의 5~7%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수출 파트너 업체들이 거액의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에 상업화 가능성은 더욱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의 수출 성과는 과감한 R&D 투자의 결실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20%인 1525억원을 R&D 분야에 쏟아부었다. 연구비 규모나 매출 대비 비율 모두 국내업체 중 1위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부터 4년간 총 4433억원을 R&D비용으로 썼다. 같은 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1657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을 미래 먹거리 개발에 투입한 셈이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억원에 불과했지만 R&D 비용은 1354억원을 투입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시장 잠재성이 높은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한미약품의 ‘무모한’ 투자는 임성기 회장이 주도했다. 임 회장은 평소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며 지속적인 연구를 독려했다. 임 회장은 수시로 해외 출장을 직접 다니며 신약 개발을 진두 지휘했다.
한미약품의 신약 수출은 국내 제약산업의 수준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받는다. 정윤택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단장은 “세계적으로 신약 허가 건수가 줄어들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신약은 높은 가치를 받는 추세다”면서 “한미약품이 어려운 여건에도 기술력으로만 연이어 대형 기술 수출을 성사시키며 한국 제약산업에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