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Drive]“싸움은 지금부터”…UAE·사우디, 팽팽한 AI 투자 경쟁

by박소영 기자
2024.09.25 18:43:06

조단위 투자금 투입…2030년 ''글로벌 AI 허브'' 목표
글로벌 기업과의 밀착 협력도 눈길…우리와도 협력
아랍어 LLM 구축…사우디·네이버와 UAE·MS 격돌
"한국 기업 모십니다"…중동 법인 유치 경쟁도 치열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조 단위 투자는 물론, 글로벌 테크 기업과의 밀착 협력에 한창이다.

우리나라의 협력 사례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네이버와 사우디 사례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4분기 사우디에 중동 지역 총괄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가칭)를 설립하겠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사우디 정부와 손잡고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아랍어 기반 거대언어모델(LLM)도 구축하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기술 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UAE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발표하며 대항에 나섰다. 양국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할 다음 주인공은 누가 될지,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가 AI 패권 전쟁의 승리를 거머쥐게 될지 자본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일(현지시각)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GAIN 2024에 참석한 팀네이버. (왼쪽부터) H.E. Dr. Esam Alwagait NIC 디렉터, 이해진 GIO, 최수연 네이버 대표, H.E. Dr. Abdullah Alghamdi 데이터인공지능청장,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네이버)
25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와 UAE가 ‘글로벌 AI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자본시장에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다.

예컨대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AI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AI 투자에 진심인 만큼 전담 기구인 ‘사우디 데이터 및 AI국(SDAIA)’도 세웠다. AI에 대한 각종 국가 전략을 추진하는 곳으로 △헬스케어 △교육 △에너지 △모빌리티와 같은 주요 분야에 데이터·AI를 도입하기 위해 총 750억리얄(약 27조 4178억원)을 투자한다.



사우디 현지에서 관련 기업에 대한 조 단위 투자는 계속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일례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우리는 과학 혁신, 전례 없는 기술, 무한한 성장이 전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신기술을 최적으로 사용하면 세상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AI 투자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다.

때마침 대규모 펀드도 조성될 전망이다. 올 초 외신들은 사우디가 국부펀드인 PIF를 통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와 AI에 투자하는 400억달러(약 53조 304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경쟁국인 UAE 역시 비슷한 시기인 2031년까지 세계적인 AI 리더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UAE는 올 초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1000억달러(약 138조원)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게 될 국영 투자사 MGX를 설립했다. MGX의 주요 투자 섹터는 △AI 인프라 △반도체 △AI 핵심 기술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외에도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AI 산업 육성을 위해 ‘G42’라는 국영기업을 설립했다. G42는 AI·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으로 아랍어 LLM, 생성형 AI, 클라우드 기반 AI 등을 서비스한다. MS로부터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양국이 국가 주도의 AI 투자 정책을 펼치는 이유 중 하나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가 꼽힌다. 양국은 이를 통해 컴퓨팅 파워를 높이고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자국에 유치하고자 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에 현지에 법인을 차려 활동할 수 있고, 기술력이 좋은 우리나라 기업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중동 법인을 서로 유치시키기 위해 한국에 있는 자국 기관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물밑 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