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 쇼크’ 후폭풍…투자자들, 패닉셀링 시작됐다

by김응태 기자
2023.01.05 16:51:19

컬리 상장 철회에…비상장 기준가 ''뚝''
오아시스도 14%대 급락…시장 우려 전이
고금리 지속 전망에…올해 대어 IPO 어려워
실적 안전성 높은 중소형주에 기회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컬리의 상장 철회에 비상장 시장 내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비상장거래소에서 책정한 컬리의 기준가가 대폭 폭락한 가운데, 올해 상장이 기대되는 오아시스 등의 하락도 심화하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 손실을 줄이기 위해 패닉 셀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컬리)
5일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컬리의 기준가는 2만1000원으로 전날(2만9000원) 대비 28.81% 하락했다. 또다른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지난 4일 컬리의 기준가는 2만7000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5.59% 내렸다. 비상장 시장에서 주식 거래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협의에 따라 거래 가격이 결정되는데, 기준가는 당일 체결된 거래를 바탕으로 책정된다.

컬리의 기준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보는 기업가치도 크게 고꾸라졌다. 서울거래 비상장 플랫폼에서 이날 기준가(2만650원)를 토대로 산정한 기업가치는 8073억원으로, 장중에는 8000억원대마저 붕괴되기도 했다. 컬리는 지난 2021년 말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에서 4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지만, 현재 시장에선 1조원 수준도 못 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패닉셀링은 다른 비상장 주식 종목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서울거래 비상장 플랫폼에서 오아시스의 이날 기준가는 2만3500원으로 전날 대비 14.55% 내렸다. 다만 증권플러스 비상장 플랫폼에선 4일 기준가가 전거래일 대비 4.78% 상승한 2만8500원으로 집계됐다. 오아시스는 컬리와 같은 새벽배송 업체로서 컬리의 상장 철회에 따른 부진이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대기자금 수요가 오아시스로 쏠릴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달 29일 상장예비심사가 승인된 오아시스의 주당 예정발행가 3만9600~4만6200원인 점을 고려하면 하단 대비 1만원 넘게 하회해 투자자들의 우려는 점증하는 상황이다.



*1월5일 4시30분, 나머지는 종가 기준. (출처=서울거래 비상장)
이밖에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종목이나, 지난해 상장 철회 후 재도전이 예상되는 종목들 역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거래 비상장 플랫폼에서 이날 케이뱅크의 기준가는 전거래일 대비 0.84% 내린 1만1800원으로 집계됐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오는 3월까지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같은 날 현대오일뱅크의 기준가도 전거래일 대비 5.26% 떨어진 4만5000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7일 상장을 철회하면서 세 번째 도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 정책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일(현지시간) 올해 최종 기준금리를 5.4%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는 지난달 연준이 내놓은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인 5.1%보다 높은 수준이다.

고강도 긴축 정책 여파에 올해 IPO 시장은 부침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거시경제 영향이 덜한 중소형 기업들이 대어보다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형사들의 IPO 시도는 어렵고, 공모가 100억~200억원 규모의 중소형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지는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높은 수준의 시중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커 실적 안정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기업들은 IPO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