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미래 건 K-조선…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 속도전

by박민 기자
2022.09.05 16:30:10

수소연료전지 선박, 2025년에 본격 개막 전망
삼성重, 해상용 연료전지 미국선급 형식승인 추진
대우조선, 연료전지 기술표준화·상용화 공동연구
한국조선해양도 ‘선박용 연료전지’ 실증 추진 중

[이데일리 박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해양 탈탄소 시대를 대비한 ‘수소연료전지 선박’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수소연료전지 선박은 내연기관 방식의 엔진 없이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추진하는 배다. 대기오염 배출이 거의 없어 친환경 선박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손꼽히면서 조선사마다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은 미국의 블룸에너지와 공동으로 개발한 해상용 연료전지에 대해 세계적 선급협회인 미국 ABS의 형식승인(Type approval certification)을 신청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형식승인은 선박에 설치되는 기자재를 대상으로 적합성 평가를 벌여 기준에 통과하면 부여하는 인증이다. 연료전지를 실제로 배에 탑재하기 전에 통과해야 할 마지막 관문과 같다.

앞서 양사는 2020년 6월부터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공동개발하기로 협약하고 개발 착수 1년 만에 세계 최초로 SOFC로 추진하는 LNG 운반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지난해 7월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로부터 설계상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기본설계승인’(AIP)을 획득했고 같은 해 8월에는 미국 선급 ABS으로부터 신기술 사용적합성 인증(NTQ)도 획득했다.

SOFC는 현재 상용화된 연료전지 중에서 전력 생산 효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 내에 연료(액화천연가스)를 주입하면 수소(H2)를 발생시키고 이는 다시 공기 중의 산소(O2)와 만나 ‘물(H2)’을 만들어내는 화학반응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대기오염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탄소배출도 기존 내연기관 대비 크게 줄일 수 있어 최근 강화되고 있는 해상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료전지 추진선은 소음·진동과 유지·보수 비용까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개념 선박으로 오는 2025년 상용화가 목표”라며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비용 문제가 있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율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도 SOFC로 추진하는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개발에 성공하고 지난해 1월 미국선급으로부터 기본설계승인(AIP)까지 받은 바 있다. 올해 2월부터는 한국선급(KR), STX에너지솔루션과 업무협약을 맺고 SOFC 기술표준화 및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정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한국형 수소연료전지 예인선 개발사업’ 업체로 선정, 본격적인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예인선은 연안 및 항구 등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선박을 밀거나 끌어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은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오는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총 235억원의 개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과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뿐 아니라 암모니아를 주원료로 추진하는 암모니아 혼소 엔진이 탑재된 선박 운항도 실증 작업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은 국내에서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가진 두산퓨얼셀, 글로벌 정유사인 쉘과 함께 ‘선박용 연료전지’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실증에서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설치와 선박 시스템 수정, 통합 작업 등을 수행한다. 두산퓨얼셀은 선박용 SOFC 시스템 개발과 제조, 공급 역할을 맡았다. 오는 2024년까지 선박용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과 선급 인증을 완료하고 2025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2025년을 기점으로 연료전지 추진 선박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유엔 산하 해양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평균 대비 2025년에 30%까지 낮추고, 2030년 40%, 2050년 70% 등으로 감축 목표를 높이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해운사들은 기존의 화석연료(디젤·벙커C유)보다 탄소배출이 덜한 LNG 추진선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완벽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대안은 아니다”며 “궁극적으로 연소과정이 없는 연료전지 선박이나 수소나 암모니아처럼 무탄소 에너지원을 연료로 하는 엔진 개발이 필수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