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머리카락 진동수 이용한 정밀 습도계 개발

by이연호 기자
2019.05.02 12:00:00

머리카락 주인의 건강상태 분석 등 응용 기대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람의 머리카락 진동수를 이용한 정밀 습도계를 개발했다.

머리카락 기계공진기의 개요와 제작 방법.
1(a)는 다양한 습도 조건에 노출된 머리카락 공진기의 작동 개념도이다. (b)는 금속 증착된 머리카락 공진기의 제조 공정을 보여준다. (c)는 금속 증착 전과 후에 머리카락의 광학 현미경 사진이다(스케일 바는 100 μm). (d)는 머리카락 공진기의 분해-조립 개략도와 조립된 유닛의 실제 사진을 보여준다. 사용된 머리카락의 직경은 75 μm 이다. 그래픽=한국연구재단.
이정철 교수(KAIST), 윤여원 연구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머리카락 기반의 기계공진기를 통해 정밀하게 습도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2일 밝혔다.

머리카락은 습한 환경에서 팽창하는 성질이 있어 머리카락의 길이 변화를 측정하면 습도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 길이의 직접적 측정법은 반응 속도가 느리고 지속적으로 수치를 보정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계측 수단으로는 활용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머리카락으로 기계공진기를 제작해 머리카락 길이가 아닌 공진 주파수를 측정했다. 이 기계는 머리카락이 기타 줄처럼 팽팽하게 고정되고 광학적 측정을 위해 금이 증착된 형태다. 레이저를 이용해 공진 주파수를 측정함으로써 습도계로 활용 가능하다.

공진 주파수란 물체가 자유진동할 때의 고유한 진동수와 거의 유사한 진동수다.



연구팀은 습도가 증가하면 머리카락이 길어지면서 머리카락 공진기 내부의 인장력이 감소되고 공진 주파수가 감소되는 경향을 이용했다. 또 습도 증가는 공진기 관성의 크기도 증가시켜 공진 주파수의 감소에 영향을 끼친다.

이정철 교수는 “일상에서 다량으로 배출돼 쓸모없는 생활쓰레기로 여겨지는 짧은 머리카락을 이용해 신속하고 정밀하게 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제작한 친환경적인 연구”라며 “습도 외에 머리카락의 물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환경 인자를 측정하는 센서, 더 나아가서는 머리카락의 물성 측정을 통한 사람의 건강 상태 및 질병 분석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센서 분야 대표적 국제학술지인 ‘센서스 앤 액추에이터스(Sensors and Actuators: B Chemical)’에 4월 23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