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정폭력 결말 '남편 살해'...법원은 선처했다

by홍수현 기자
2024.12.20 20:35:32

법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선처 내려
"가정폭력, 119 신고하는 등 구호조치 참작"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40년 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에게 주먹을 휘둘러 살해한 아내가 법원의 선처를 받았다.

(사진=게티 이미지)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에게 주먹을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A 씨(63·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12월 대구 남구의 자택에서 남편 B 씨(68)에게 주먹을 여러 차례 휘둘러 다발성 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날 동생과 저녁 약속이 있음에도 오전부터 계속 술을 마시던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주먹으로 B씨의 머리와 얼굴, 가슴 등을 수차례 때린 뒤 쓰러져 있던 B씨를 수차례 짓밟았다. B씨는 결국 다발성 손상으로 인한 고칼륨혈증으로 사망했다.



A씨는 B씨가 평소 술을 자주 마시고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남편의 가정폭력에 대항한 행동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대응행위는 피해자로부터 받은 폭력에 대해 방어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서 결국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로부터 4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던 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피해자가 넘어져 의식을 잃자 119에 신고하는 등 범행 후 구호조치를 한 점, 피해자 유족들과 피해자의 어머니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간곡히 탄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