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 “‘정중여산’ 자세로 ‘사법 정치화’에 대응”

by박정수 기자
2024.05.02 17:10:09

“피고인이 법정 밖에서 檢 향해 터무니없는 거짓”
이화영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 주장 비판
“상대가 저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정도 걸어야”
“어려운 환경 탓할 수만은 없어…담담하게 책무 완수”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법의 정치화’가 끊임없이 계속돼 ‘법치주의’가 위기에 놓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일선 검사들에게 국민만 바라보며 ‘정중여산’의 자세로 맡은 책무를 완수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사진=대검찰청)
이 총장은 2일 대검찰청 5월 월례회의에서 “재판받는 피고인이 법정 밖에서 검찰을 향해 터무니없는 거짓을 늘어놓고 ‘없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목청을 높이며 사법시스템을 뒤흔들어 ‘법망(法網)’을 찢고 빠져나가려는 불법 부당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상대가 저열하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정도를 걸으며 지혜를 모아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밝혔다.

지난달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자리 회유 의혹’ 주장을 지적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이 전 부지사 측 주장에 대해 이 총장은 ‘허위 주장’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수원지검도 수차례 반박 입장문을 냈다. 특히 이 총장은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공당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진술만 믿고 이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이 총장은 이날 “소방서·구조대가 허위신고로 혼란에 빠지면 위급상황 대응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처럼, 허위·조작과 기만으로 사법시스템이 흔들리면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위하는 ‘법치’가 무너져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공직자가 이를 탓할 수만은 없는 것이며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태산처럼 무겁고 담담하게(정중여산)’ 맡은 책무를 완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이 인용한 ‘정중여산’은 이순신 장군이 1592년 임진왜란 중 처음으로 출전한 옥포해전을 앞두고 장병들에게 당부한 말(물령망동 정중여산)로 알려져 있다. 전장에서의 여유와 냉철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말인 만큼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검찰청
이 총장은 또 “메이저리그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는 ‘어떤 스타 플레이어보다도 팀이 우선이다’는 원칙 아래 유니폼에 선수이름을 새기지 않는 ‘NNOB (No Name on Back)’ 원칙을 고수해왔다”며 “‘어떤 위대한 선수도 팀보다 위대하지 않다’는 정신은 우리에게도 적용되며, 누구 한 명의 번뜩이는 재능이나 실력 덕분이 아니라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역량과 노력이 ‘축적’돼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껏 43개 일선 청을 찾아 묵묵히 제 역할을 감내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원하고 격려해 오면서, 오히려 일선 구성원들의 ‘땀과 눈물’에 항상 감동받고 있다”며 “검찰 구성원 모두는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소중하고 빛나는 보석 같은 우리 팀원이며, 우리가 하나 되어 한 팀으로 팀워크를 발휘한다면 못해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최일선에서 범죄로부터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몸 던져 뛰고 있는 검찰 구성원에게 깊이 감사드리고, 항상 여러분을 믿고 있다”며 “신뢰로 맺어진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장은 “우리는 매일 저울에 다른 사람의 죄를 올려두고 그 죄의 무게를 재며 그에 들어맞는 형벌을 부과하는 엄중한 일을 하고 있다”며 “자가 굽으면 길이를 바로 잴 수 없고, 거울이 때를 타면 비춰볼 수 없으며, 저울이 기울면 무게를 달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의 손이 깨끗해야 우리 일의 엄중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먼저 자신을 책망하라’(이책인지심책기)는 말처럼 매사 나는 내 가족에게, 내 동료들에게, 또 내 스스로에게 떳떳한지 돌아보고 삼가고 또 삼가야 할 것”이라며 “죄의 무게를 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을 넘게 되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또 묵묵히 할 일을 다하는 동료들에게 등을 돌리는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