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온 고령 노점상인들 "노점 말살 '삼진아웃' 조례 안돼"

by김범준 기자
2023.05.24 17:40:20

노점조례대책위, 24일 서울시의회 앞 회견
생존권 위협 '노점 삼진 아웃제' 조례 비판
"발의 전 함께 논의해야"…면담요구서 전달
문성호 의원 "오해 표현…제도 내 보호 목적"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노점상인들이 서울시의회에서 추진 중인 이른바 ‘노점 삼진 아웃제’를 비판하며 조례 발의에 앞서 의장 면담과 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점상 단체들이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제정 저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는 70~80대 노점상인 50여명이 전날 팔지 못한 과일과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모였다. 대부분 수십 년간 생계 등을 위해 길거리에서 장사를 해오던 연로한 상인들로, 거동도 불편한 채 ‘노점말살 조례저지’라고 적힌 박스 뒤 땅바닥에 앉아 항의의 팻말을 들었다. 그중엔 직접 손으로 적은 ‘떡볶이 한 그릇에 문화가 있다. 거리의 마차마다 한 가족의 생계가 있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생존권’을 우려해서다. 오랫동안 노점상을 해온 곳에서 안심하고 계속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문성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조만간 발의를 할 것으로 알려진 일명 ‘노점 삼진 아웃제’ 조례안이 생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문 의원은 지난 2월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서울시에서 노점 허가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조례가 없어 불법 노점에 대한 확실한 규정이 없다”면서 “불법 노점에 민원이 발생할 경우 경고 두 번까지는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세 번 이상이면 철거 집행을 하게 되는 서울시 노점 관리 조례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점을 규제하자는 내용도 담고 있지만, 양성화를 위한 선도의 목적이 더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전국 8000여명의 노점상을 대표하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노점상총연합, 대전국노점상연합에서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 3곳을 중심으로 이뤄진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단체 대책위원회’(노점조례대책위)는 지난 3월부터 거리에 나와 서울시의회 의장과 문 의원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노점조례대책위는 이날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기 모인 노점상들은 거리에서 장사하며 가족들을 부양하고 생존을 위해 버텨왔고, 시민을 살피지 못한 정치 때문에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노점상 당사자와 어떠한 합의도 없는 ‘노점 말살’ 조례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경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발언을 통해 “서울시의회로부터 그간 노점의 문제점에 대해 많이 들으면서 같이 논의하자고 의장에게 수차례 요구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묵묵부답뿐”이라며 “한평생 수십 년간 노점 장사를 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신 어머님들을 위해 반드시 조례안을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환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은 “노점상을 해 오고 있는 그 자리가 업그레이드 돼서 더욱더 편하게 장사하기 위한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면서 “오는 6월13일 노점상대회를 통해 대규모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찬규 대전국노점상연합 의장도 “정부에서 노점상들을 대거 정리하려는 구상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노점상들이 하나가 돼서 정부의 만행을 당당히 막아낼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표 발언과 회견문 낭독을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시의회를 향해 돌아서서 ‘늙은 노점상의 노래’를 제창했다. 이어 세 단체 대표는 시의회 별관에서 사무처 정책지원담당관과 잠시 면담을 가지고, 조례 발의 전 당사자격인 노점상 측과 직접 논의할 것을 요구하며 의장 면담요청서를 제출했다.

한편 문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르면 8월 임시회기에서 발의를 준비 중인 노점상 관련 조례안에 대한 ‘삼진 아웃제’ 표현은 오해가 있다”면서 “지자체의 관련 행정에 앞서 그 이전에 상인들에게 최소 세 번 고지할 것을 책무화해 노점상인을 제도 안에서 보호하자는 게 핵심 취지”라고 강조했다.